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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생활자를 위한 제주여행_비건 &페스코 음식점

식생활을 바꾸니 여행이 단정해졌다.

페스코(육류와 가금류를 먹지 않은 이)가 되고 첫 여행이었다. 남들이 맛있다고 말하면 어느 음식점이든 가던 때와 달라졌다. 고깃집을 빼니 갈만한 술집이 확 줄어들었다. 그래서 저녁엔 대체로 숙소에서 남편과 둘이 조용히 술을 마셨다. 고깃집 냄새를 맡지 않으니 확실히 단정해졌다.

여기 소개한 음식점은 전적으로 내 취향이다. 솔직히 몇 집은 소개하고 싶지 않다. 너무 유명해지면 내 순서가 오지 않을 것 같고 혹시 음식이 변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비건 음식점>

최근 제주엔 비건 음식점 혹은 비건 선택 음식점이 생기는 추세다. 이번에 방문한 곳 중 완전 비건 음식점 두 곳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하다.

비건 식당 작은부엌(오른쪽)의 들꽃현미비빔밥과 바람의 파스타와 샐러드

<작은부엌>, 조천읍 선흘리 마을에 자리 잡은 작은 부엌은 2013년부터 운영된 오래된 비건 음식점이다. 제주 토박이 사장님이 텃밭을 일구고 장을 담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다. 규모가 크지 않고 단품 메뉴로 현미 비빔밥과 현미 떡볶이 그리고 코스 메뉴가 있다. 가급적 예약을 하는 게 좋다.


<바람>, 애월의 비건 테이블이다. 모든 식재료를 한살림 등 생협을 통해 구매하고 매일 만든 빵을 내어놓는다. 파스타와 샐러드 갓 구운 식빵과 치아바타 모두 좋다. 특히 음식의 간이 좋았다. 싱겁게 먹는 이에겐 약간 짜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파스타의 간으론 이 집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비건식으로 먹을 수 있는 한식당>

두부가 정말 좋았던 방주할머니식당(오른쪽)과 눈으로도 맛이 보이는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점 빌레와 너드랑

<방주할머니> 조천읍 선인동에 있는 이 곳은  특히 두부 요리가 명품이다. 아들이 콩 농사를 짓고 그 콩으로 엄마가 두부를 빚고 콩국수를 끓여낸다. 두부전골이 일품이라지만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대신 비빔밥(계란 지단만 빼라)과 두부 그리고 면발이 노란 콩국수는 비건이다. 나물 반찬은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빌레와 너드랑> 조천읍에 있고 식당 옆으로 생태 숲이 있어 제주 습지를 구경하기에도 좋다. 이번 여행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물의 맛이 모두 살아있고 담음새도 단정하기 그지없다. 반찬을 집어 한 젓가락 입에 넣을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집이다.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작은 돔 구이와 김치를 제외한 나물 반찬과 된장국은 비건이었다(묻진 못했고 내 입맛에 의지). 메뉴는 정식(사진의 음식), 비빔밥, 들깨수제비로 단출하고 점심 영업만 하는 곳이다. 예약보다는 가서 기다리는 게 낫다.


이밖에 선흘리의 <선흘 & 도구리>의 청국장도 추천할 만하다.


<페스코를 위한 음식점>

삼치횟집 일도촌(오른쪽)과 고르멍드르멍의 깅이죽과 성게미역국

<일도촌> 제주 구시내 일도 2동에 있는 삼치 횟집이다. 삼치회 단일 메뉴다. 더울  냉동 삼치이나 날씨가 추워져 삼치를 잡는 계절엔  잡은 삼치로 회를 내준다.  위에 묵은 치를 얹고  위에 양념장을 바른 삼치, 꼭대기에 밥을 올려 먹는 것이 정석이다. 끝도 없이 들어가니 과식에 조심해야 한다.


<고르멍드르멍> 공항에서 가까운 제주 토속 음식점이다. 작은 게로 만든 깅이죽은 개인적으로는 전복죽보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성게 미역국도 일품이다. 어르신 손맛이 듬뿍 담긴 반찬도  좋았다. 고기국수도 아주 좋다고 하지만 거들  보지도 않았다.


나 같은 페스코 여행자를 위한 음식점이다  


이밖에 음식점으로는 <김만복김밥>, <관덕정분식>, 함덕의 <제라진밥상>, 저지리의 <뚱보아저씨>, <메밀꽃제주>, 카페는 선흘리의 <카페 세바>, <포빈즈> 수산리 <카페 공드리>를 방문했다. 이중 최악은 김만복김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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