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_밥, 국, 김치, 반찬 한 가지면 충분해요
손님방을 사용하는 혜민 씨, 종종 집으로 놀러 오시는 손님과 같이 식사를 하지만 대부분은 남편과 둘이 밥을 먹는다. 별일이 없는 한 남편과 이렇게 둘이 오랫동안 밥을 먹게 될 것이다. 손님이 계시면 상황이 다르지만 남편과 둘이 먹기 위해 차린 밥상은 단출하다 못해 없어 보인다.
내가 음식을 배우고 해 먹은 음식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단 둘이 밥을 먹기 때문이다. 혼자 먹기 위해 차리는 밥상이 그렇듯 달랑 둘이 먹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귀찮은 많은 과정을 생략하면 자칫 보관용 반찬 그릇에 담긴 반찬을 그대로 밥상에 올릴 수도 있고 짝이 안 맞는 젓가락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둘이 먹는 밥상이지만 그래도 정성을 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음식을 배우고 차린 밥상을 사진 찍어 소셜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누구 본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신혼초부터 페이스북에 <매일매일 밥상>이란 이름으로 페이지를 열어 차린 밥상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제법 되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소행성밥상>을 열고 <매일매일밥상>도 이름을 바꿨다. 특별한 내용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매일 먹는 밥상에 짧은 생각이나 레시피를 올린다.
처음엔 조금 있어 보이게 올리려고 고민을 했지만 점차 내 스타일과 우리 가족 규모에 맞는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밥, 국, 김치, 반찬 중심으로 식사를 한다. 여러 해 동안 밥을 차리며 알게 된 것은 우리 부부는 둘 다 만들어 두고 여러 번 먹을 수 있는 마른반찬이나 밑반찬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찬을 만들어 두면 두어 번 먹고 냉장고에서 자리만 차지하다 버리게 된다.
이런 우리의 식성으로 우린 가급적 반찬을 한두 가지만 올리고 그 끼니에 그 반찬을 다 먹으려 한다. 그래야 냉장고도 홀가분하고 음식 쓰레기도 적게 나온다. 오늘은 밤밥과 울릉도 홍감자를 넣고 끓인 미역국 그리고 각종 채소 구이로 상을 차렸다. 단순하지만 꽤 맛있고 실속 있는 차림이다. 당연히 식사 후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음식을 오래 배웠지만 내 솜씨는 별로 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