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1_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많관부
하루 종일 허벅지가 스쿼트를 오랜만에 많이 한 날처럼 쑤시고 아팠다. 도대체 허벅지가 왜? 생각해보니 이틀 동안 마루와 마당을 천 번쯤 오르내리고 채소를 다듬는다며 쪼그려 앉아서 일 것이란 데 생각이 미쳤다. 특히 김장을 한 날 하루는 수업 오신 분들이 김장을 하며 내게 묻는 것이 많고 중간중간 밥하고 고기 삶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만보계를 찼다면 분명 만보 이상이 나왔을 것 같다. 벌써 몇 해째 김장을 하는데 유독 올해는 왜 더 힘들까?
페이스북에 김장한 이야기를 올리니 여러분이 몸살 난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특히 양희경 선생님께선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다며 그것을 인정하고 몸을 살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나는 ‘피곤함’이란 단어를 모르고 살았는데 마흔에 잠깐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론칭하는 일을 하며 내가 몸을 잘 사용해야 하는 일엔 재주도 체력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흔여섯이 지나면서부터는 다음 날을 생각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취하여 다음날 인사불성이 되어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지내는 일이 잦지만 말이다. 체력은 모든 일의 기본이란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침엔 특히 몸이 무거웠다. 남편도 김장 때문에 신경과 몸을 동시에 쓰느라 할 일도 못한 눈치다. 당장 오늘 저녁에 있을 강의 준비가 덜 되었다며 아침나절에 동네 스터디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고 나갔다. 덕분에 나는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 마루로 나갔는데 부엌에 할 일이 태산였다. 여럿이 같이 해 일이 적은 것 같아도 집을 내어준 사람의 일은 절대 나뉘지 않는 모양이다.
식사 준비를 하려 보니 어제 해 둔 찬밥이 있어 남편에게 전화로 찬밥도 괜찮겠냐 물었다. 남편은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밥그릇을 찜솥에 넣어 데우며 상을 차렸다.
굴깍두기, 알타리김치, 겉절이를 한 접시에 담고 깍두기 하고 남은 굴에 부침가루와 계란 옷을 입혀 부쳤다. 김과 감태도 비교하며 먹고 싶어 한 그릇이 올렸다. 큰 일을 하고 난 후 밥상은 늘 허겁지겁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다. 그래도 남편은 잘 먹는다. 오늘은 굴깍두기가 맛있다고 했다. 밥을 먹고 설거지도 남겨 둔 채 남편은 다시 스터디 카페로 갔다. 할 일이 몹시 급했던 모양이다.
남편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을 토대로 드라마 작업을 하는 이 작가님께 김치를 보내겠다 하니 같이 일하는 작가 출근길에 들르라 하겠다 하셨다. 그 작가도 마침 우리 집이 무척 궁금했다고 하셨다. 시간이라도 맞춘 듯 작가님이 우리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남편의 두 번째 책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 만 살다 올게>가 도착했다. 2년 전 11월 남편은 제주에서 한 달간 동굴 생활을 했고 강제 별거를 한 우리 부부는 일기를 썼는데 그게 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책엔 나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맛있는 귤을 찾는다는 내 말에 진아 씨 맛있다며 보내준 귤이 도착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전에 윤주도 한 박스 보내줘서 집에 귤이 두 박스나 있었다. 귤을 나눠 먹자고 정옥 씨와 세미 씨가 있는 단톡방에 올리니 둘 다 밤에 잠깐 들르겠다 했다.
저녁 8시가 지나 정옥 씨와 세미 씨가 차례로 왔고 귤은 핑계인 양 우린 수다를 떨었다. 9시 반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까지 합세하며 조촐하지만 즐거운 출간 파티가 되었다. 의도도 계산도 없는 동네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