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 남편의 혼자 살기를 응원한다

2022.01.07_공동체의 온기 있는 밥상, 함께 먹는 즐거움

by 소행성 쌔비Savvy


2019년 11월 남편과 나는 한 달간 별거했다. 그때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이 지난 싯점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은 나와 같이 진행하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써야 할 책이 있었다. 우리는 방 하나 짜리 작은 집에서 살던 때라 특별히 남편에게 작업할 공간을 내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별거였다. 마침 나영이의 제주 별장이 준공되어 나영이가 써도 좋다며 여러 가지를 배려해 주었다. 그래서 남편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한 달을 혼자 지내며 첫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원고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였다. 그 원고는 그로부터 1년 뒤 출간되었고 당시 우리 둘이 썼던 한 달 간의 일기는 2년 뒤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 만 살다 올게>로 출간되었다. 꽤 괜찮은 별거였다.


그리고 다시 우린 한 달 반 정도 별거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조금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알아봤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책쓰기 워크숍> 때문이다. 같이ㅡ공부하며 공동체 생활의 이로움을 청주에서 실천하시는 ‘해성 인문학 네트워크’(해인네) 김해숙 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김 대표님께서 일사천리로 집을 알아봐 주셔서 그 집을 확인하고 인사도 드릴 겸 청주에 다녀왔다.


청주는 난생처음 가보는 도시였다. 남부터미널에서 북청주 터미널행 버스를 타니 1시간 35분 만에 닿았다. 터미널로 해인네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맞아 주셨고 우린 남편이 머물 집을 확인하고 해인네로 가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해인네는 우리가 흔히 ‘경력 단절녀’로 부르는 여성들이 모여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자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공동체다. 여기 회원들 중 일부는 같이 점심을 먹는데 당번을 정해 식사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끼니당 2,500원을 내고 먹는다고 한다. 김 대표님은 남편에게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으라 하셨고 남편도 이상한 음식점을 찾아 헤매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나는 몹시 마음이 놓였다. 남편은 혼자 밥을 잘 지어먹지만 매 끼니 밥을 챙기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쓰지 않을까 염려되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해인네의 밥상은 참 좋았다. 그때그때 밥을 새롭게 짓고 집밥을 차리는 정성으로 반찬을 하고 모두 둘러앉아 깔깔거리며 밥을 먹었다. 이 밥상에서 남편은 다른 생각을 만날 것이고 때론 약간의 긴장과 그 보다 큰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좋은 식사 자리는 늘 그러니까.


큰 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그동안 먹고 싶었던 초밥을 동네 초밥집에서 먹고 내가 계산을 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기도 했지만 이것이 남편에게 약간의 격려가 되었으면 했다. 혼자 차려 먹는 일에 몹시 게으른 나는 남편이 없는 시간 동안 식사일기를 쓸 수 있을까? 다이어트 일기를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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