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친구가 차려준 집밥

2022.02.02_풍요로운 미니멀리스트 민주씨와의 만남

by 소행성 쌔비Savvy

어제 온라인이 매개가 되어 알게 된 친구로부터 새해 인사 문자가 왔다. 나를 늘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친구다. 누군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는 흔치 않은데 그가 그렇다. 너무 반갑다고 답을 하니 통화가 가능하냐 물어 바로 전화를 했다.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는 십여 년 전 우리가 인왕산과 북한산을 누비며 다녔던 이야기를 하며 인왕산에 보아 둔 곳이 있다며 같이 갈 수 있냐 물었다. 안 될 이유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문자가 왔다. ‘9시 27분 약속 장소 도착 예정’. 그는 매사 이렇게 정확하다. 약속을 하면 늦거나 어기는 법이 없고 빈말을 하지 않는다. 근면하고 함부로 돈을 쓰는 법이 없지만 필요한 것엔 아끼지 않는다. 늘 자신의 생활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주변에도 따듯한데 아닌 것엔 단호하다. 몸 쓰는 일을 즐거워하고 언제나 공부도 꾸준히 한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그러나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사는 흔치 않은 유형의 사람이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 따듯한 포옹을 나누고 <인왕산 숲 속 쉼터>를 찾아 나섰다. 청와대 경호용 초소로 사용되던 곳이 시민을 위한 장소로 바뀌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정표가 정확하지 않고 산에 있어 지도를 봐도 살짝 헷갈려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했지만 도착했다. 그런데 명절이라 휴관이라는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장소를 확인하고 눈이 쌓인 산길을 걸은 것만으로도 좋았다.


민주씨가 싸온 떡과 생강차를 간식으로 먹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옥수동의 아파트였다. 지난해 7월 이사를 하고 초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야 가게 된 것이다. 심지어 빈손으로. 그의 집은 그야말로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모델 하우스 같았다. 현관엔 신발 한 켤레 놓여있지 않았지만 향이 진한 백합이 투명 화기에 아름답게 꽂혀 있었다. 거실에 텔레비전과 소파 없이 키가 낮은 의자와 엔카인셔스로 보이는 나무, 라디오 그리고 책이 놓였다. 주방 싱크대 위엔 늘 쓰는 토스터와 전기 포트만 있을 뿐이다. 단정하고 낭비 없는 그의 생활이 그대로 엿보였다.


그는 내게 밥을 차려 주고 싶다며 분주하게 그러나 큐시트를 보면서 일을 진행하는 듯 움직임에 낭비 없이 식사를 준비했고 도착해 30분 만에 갓 지은 밥으로 내게 점심을 차려 주었다. 잡곡밥과 전복이 든 미역국, 잡채와 전, 계란찜과 은어 구이, 멸치볶음과 마늘대 무침 등 반찬도 다양했다. 정성을 다해 신속하게 차려준 밥이 맛도 좋았다. 2018년 겨울에 도쿄로 ‘일본 출판 산업 견학 겸 학습 탐방’을 간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일정이 끝나고 그의 집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그때도 당연히 그는 나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내주었다. 밥을 차려 주었다.


우린 블로그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초창기에 <블로그인>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다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삼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 초엔 ‘스파르타 2인조’라고 명명하고 산에 오르거나 한강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별거와 이혼으로 내 삶이 우왕좌왕하던 시절 그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생활을 그는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그를 만나면 난 늘 뭔가를 배우고 느끼며 좋은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한때 그의 루틴을 닮아볼까도 했으나 천성이 게을러 포기했다. 오늘도 역시 자극을 받았다. 그는 내게 3월 말까지 3kg을 빼고 가계부를 써보라 했다. 온라인 구매를 줄이겠다는 정도로는 실천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의 집에서 서예 체험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정성을 담아 그를 위한 밥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레몬 파스타와 북 토크 그리고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