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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로 차린 손님상

2021.12.11_손님 초대, 음식이 아닌 마음이다

집에 손님이 잦은 편이다. 손님이 오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오시기 전까지는 신경이 무척 예민하게 곤두선다. 남편은 이런 날 보면서 늘 대충하라고 한다. 물론 나는 늘 대충한다. 그런데 대충한다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 부부가 다녀가셨다. 남편의 첫 책이 나오고 여기 저기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김지은 기자의 인터뷰가 가장 좋았다.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로 데뷔한 편성준에 대해서 직장인이었던 편성준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글을 썼다. 우리 부부는 그 기사를 읽고 한 번은 꼭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고 얘기를 나눴고 그 기회가 오늘이었다.


약속을 잡고 어떤 음식을 할까 계속 고민했다. 처음엔 굴밥을 지을까 하다고 오늘 전격적으로 메뉴를 바꿨다. 낮에 '오마이오이스터 2021'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쿠킹 클래스에서 대파 굴크림소스 파스타를 배웠는데 쉽고 맛있으며 특별했기 때문이다.


전채로는 굴을 살짝 익히고 채소를 일부는 익히고 일부는 그대로 한 그릇에 담아 샐러드를 했고, 두부에 다양한 젓갈을 올려 두부 카나페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술안주였다. 결국 전채가 끝나기 전에 우리 넷은 와인 한 병을 비웠고 본식인 파스타를 먹으면서 또 한 병 그리고 술자리를 잇기 위해 굴전을 부쳐 다시 한 병을 마시며 처음 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 같지 않은 친밀감을 과시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직장 생활'이었다. 나는 다시 직장에 들어가려는 김지은 기자의 남편에게 절대 직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들어갔다 또 나올 것이며 혼자 일하는 준비는 그 때나 지금이나 꼭 해야하니 그 준비를 조금 일찍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런 나의 주장에 김지은 기자도 동의하며 남편에게 힘을 주었다. 우리의 주장과 격려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누구나 '직장이 아닌 직업'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다.


집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면 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도 떠들고 마시는 사이 밤 11시가 되었다.

손님이 오시기 전에 가졌던 걱정은 손님들의 음식에 대한 칭찬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물론 음식이 다소맛이 없어도 초대를 받아온 손님은 별로 마음쓰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 음식 맛이 좀 없어도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집으로의 손님 초대는 음식 맛이 아니라 그 마음이다. 물론 음식이 맛있으면 더 좋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로 한가지만 힘을 주고 음식이 좀 부족해도 너무 마음 졸이지 말아야겠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쌓아두고 사는 편이 아니라 먹다가 마땅한 음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님이 가시고 남편은 쌓인 설거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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