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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밥상 vs., 내 밥상

2021.12.21_밥, 된장국, 김치와 김으로 차린 내 밥상

남편이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어지간하면 같이 보는데 요즘은 종종 혼자 나간다. 내가 히어로 영화나 사람들이 극찬하는 영화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혼자 보러 간 <스파이더 맨_>과 영상이 무척 아름다워 n차 관람이 이어졌다는 <듄>이 그랬다. 나는 작고 따듯한 영화를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본다.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김밥을 사러 나간다기에 찬밥 남은 거에 국을 말아주고 나는 게으름을 피우며 누워서 휴대폰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처리했다. 이 일기 역시 늘 휴대폰에 작성한다. 적는 일은 상당 부분 휴대폰으로 본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 하나로.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슬며시 시장기가 올라왔다. 남편도 없는데 굶어? 라면 먹어? 하다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스타일로 차려 먹기로 결정하고 쌀을 씻어 불리고 나에게만 보이는 부엌일을 했다. 유통기한을 한참 넘긴 식재료를 정리하거나 그릇의 위치를 바꾸고 펜트리를 정리하는 일이다. 그러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오늘은 냉동실을 정리했다. 묵혀 둔 떡이 제법 많이 나온다. 모두 선물 받은 것이다. 평생 먹지 않을 것 같아 과감히 버렸다. 먹지 않는 음식, 우리 집은 떡과 달콤한 디저트나 케이크가 대표적인데 이런 음식이 선물로 들어오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냉장고가 작아 넣어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냉동고를 정리하고 밥을 안쳤다. 밥이 되는 사이 내 밥상을 차렸다. 배추김치를 먹을까, 알타리 김치를 먹을까, 계란 프라이를 할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 계란 프라이는 안 하고 배추김치를 먹기로 결정하고 김치통에서 김치를 꺼내 뿌리를 자르고 세로로 칼집을 내었다. 길게 찢어 먹을 예정이다. 김도 꺼내고 된장국도 데웠다. 갓 지은 밥, 잘 익은 김치, 된장국 그리고 김이다. 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밥상이다(위 사진 오른쪽). 남편과 둘이 먹는다면 절대 차리지 않는 밥상이기도 하다. 남편 밥상엔 가사 시간에 배운 첩수에 들어가는 반찬 한 가지는 꼭 올린다(사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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