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와 매생이

2021.12.23_쌔비테이블 공동구매 준비와 조심스러운 북 토크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 중에 좋은 식재료와 혼자 쓰기 아까운 물건 소개와 판매가 있다. 내겐 좋은 것이나 정보를 얻으면 습관적으로 알리려 하는 오지랖 병이 있는데 아무리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아 오지랖을 팔자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지난여름은 미역과 다시마, 가을엔 최고의 고춧가루를 팔았고 올 겨울엔 매생이와 김을 팔기로 하고 장흥의 무산김과 매생이를 선택했다. 물건을 보러 장흥에 갔을 땐 매생이가 좀 짧아 수확 적기가 아녔는데 이제 적기를 맞았고 드디어 오늘 장흥의 찰 매생이가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매생이 나물을 만들었다. 해초, 바다 식물이니 나물이라는 표현이 맞는데 입에 잘 붙진 않았다. 매생이 나물은 간장을 조금 넣고 끓는 물에 매생이를 넣은 후 참기름을 둘러 덖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먹을 땐 다진 파나 고추 참기름과 깨소금을 얹어 먹는다. 맹물 대신 굴을 들기름에 볶다 물을 조금 넣는 방법도 있고 맹물이 좀 허전하면 다시마로 국물 늘 내는 방법도 있다. 처음 먹는 매생이 나물은 국보다 훨씬 내 입에 맞았다.


저녁엔 남편과 같이 쓴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북 토크를 했다. 상황이 좋았다면 맥주라도 마시며 수다 떨 듯하고 싶었으나 맥주는 고사하고 물도 한 잔 마시면 안 되는 상황이라 마스크 단단히 쓰고 진행되었다. 우리 부부와 책보냥 김대영 작가님 그리고 참석자 8명이었고 우린 별도의 프로그램과 대본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2년 전 11월 남편이 제주에 한 달 살 동안 각자 쓴 일기를 책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로 묶어서 주로 고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신 분들에게 안동 맥주, 책방 무사의 귤, 업 사이클러 안성관 작가님의 폐해녀복으로 만든 고래 열쇠고리, 김대영 작가님께서 만든 소라 껍데기 자석을 선물로 드렸다. 같이 먹을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걸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역시 잔치엔 음식이 필요한데 코로나가 여러 가지로 우리 삶을 바꾼다.


북 토크를 마치고선 집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셨다. 동네 새천년 호프에서 치킨과 골뱅이 그리고 매생이 나물을 안주로.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지 않은 사람이 좋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