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_새 프라이팬에 두부를 지지며 든 생각
남편은 오늘 밥을 먹고 청주에 가면 일주일 후에나 내가 한 집밥을 먹게 된다. 좋아하는 곰탕 한 팩 열어서 끓이고 두부를 부쳤다. 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집에 쌓인 쓰레기를 분류했다. 쓰레기 분류와 식사 후 설거지는 남편이 늘 하는 일이다. 이 일은 내가 주문하기 전에 남편이 늘 알아서 한다. 참 고맙다.
아침을 준비하며 배추김치와 알타리 김치, 김과 고추간장, 미숫가루와 꿀을 챙겨서 보냉 가방에 담았다. 남편은 음식 투정 없이 어떤 음식이나 잘 먹는다. 청주에 내려갈 때 내가 반찬을 챙겨주겠다 하자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5일 만에 집에 와선 다른 건 괜찮은데 김치는 좀 싸 달라고 했다. 김치와 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김에 얹어 먹을 고추간장 그리고 젓갈을 한통 넣었다. 가방은 제법 묵직했다. 원하면 뭐든 사서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집의 것이라야 더 좋은 것이 있고 남편에겐 그게 김치인 모양이다. 내가 한 김치가 맛있다며 싸 달라고 하는 남편의 요구가 나쁘지 않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음식 공부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실패하는 주방용품 중의 하나가 프라이팬이다. 광고에 혹 해서 사고 광고 내용과 품질이 달라서 실망하길 반복했다. 인생 마지막 프라이팬이라는 심정으로 버미큘라 무쇠 프라이팬을 구매했다. 현재 코팅 무쇠 팬과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하는데 무쇠 팬은 너무 무거워 사용하기 힘들 정도고 스테인리스 팬은 오래 쓰고 깨끗해 여러 면에서 좋은데 사용법이 좀 까다롭다. 이번에 구매한 프라이팬은 무쇠를 얇게 한 후 법랑 코팅을 하여 가볍고 사용이 편하다고 광고했다. 실제로 보통 무쇠 팬보다 가벼웠고 예열 과정이 필요하지만 사용도 편했다. 첫 음식은 두부 지짐였다.
이 프라이팬은 과장 조금 더해 저렴한 코팅 프라이팬 열 개 살 정도의 가격이다. 코팅이 잘 된 비싼 프라이팬을 쓸 때 종종 엄마의 오래되고 낡은 프라이팬이 생각난다. 낡은 팬에 기름을 먹여 사용하는 엄마를 보고 나는 프라이팬이 무척 비싸서 마르고 닳도록 오래 사용해야 하는 주방용품인 줄 알았다. 나는 살림을 하면서 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지면 버리고 새로 구매해야 하고 코팅이 벗겨지지 않은 팬은 굳이 기름을 정성스럽게 먹을 필요가 없으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의 팬이 그토록 낡았던 것은 당시 우리 집 형편이 프라이팬 한 장도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후 사야 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라이팬뿐만 아니라 세탁기와 냉장고도 우리 식구 규모에 비해 작았다. 그땐 그게 모두 당연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모두 가난했던 현실이었다. 다만 그 가난을 내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것은 엄마가 여러 방법으로 가족을 돌봤기 때문이란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