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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의 베이글

2022.03.11_일상은 지속된다

정신을 차리려 노력 중이다. 시대가 달라졌고 우리도 더 많이 교육받았으니 대통령 한 사람이 뭘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대통령 주위에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집 값이 올라 문제라더니 대선 직후 서울의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며 호재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이 와중에도 나의 일상은 돌아간다. 아니 돌려야 한다.


남편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드라마 각본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이 1인 출판에 대해 물을 것이 있다며 방문하셨다. 점심시간 즈음이라 파스타를 간단히 준비했다. 작가님은 번거로우니 나가서 먹자고 했지만 오미크론도 무섭고 하여 집에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의 원작은 모티브만 될 뿐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그것도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시면서 뭘 사 오겠다 하시기에 딱 드실 만큼의 디저트를 부탁했더니 요즘 가장 핫한 곳 중 하나인 베이글 키페에서 베이글을 사 오셨다. 매번 그 집 앞을 지나며 긴 줄에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것을 사 오신 거다. 파스타를 양껏 먹었는데도 베이글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베이글을 1997년 2월에 처음 먹었다. 설 연휴 동안 짧은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갔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비즈니스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그곳의 아침 메뉴는 베이글과 토스토, 커피와 몇 가지 과일과 삶은 달걀이 전부였다. 바로 그곳에서 베이글을 처음 맛보았다. 도넛처럼 생겼는데 살짝 딱딱해 보였고 아무 맛도 없을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당시 나와 여행 일정을 맞춘 미국에 사는 친구가 베이글을 살짝 구워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면 끝내준다고 했다. 친구가 시키는 대로 먹었고 매일 아침 베이글을 신나게 먹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베이글이 그다지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론 스타벅스에서 종종 먹었는데 최근 몇 년 새 베이글 전문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블루베리가 들어간 베이글은 기본 중 기본 정말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만들고 반을 갈라 샌드위치로 만들 땐 재료를 풍성하게 넣는다. 이렇게 다양한 베이글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플래인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넉넉히 바른 것이다. 이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물면 스물일곱의 나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잠시 느낀다. 그때의 나는 제법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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