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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먹도 안 되는 홑잎나물 먹으려 심은 화살나무

2020.04.11_봄엔 나물을 먹자

일요일 하루 누워있는 동안 봄이 저만치 달아났다. 벚꽃과 진달래는 지고 화살나무 새순이 훌쩍 자랐다. 홑잎나물 맛을 보고 봄 시작에 한 번은 이 나물을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골목에 화단을 꾸밀 때 주저하지 않고 화살나무를 심었다. 새순은 여리고 곱고 가을 단풍도 곱다.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라 울타리 삼아 심기도 한다.

화살나무를 심을 땐 나의 식생활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급자족을 할 수는 없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제철에 나는 음식을 너무 과하게 쌓아두지 않고 내 먹을 만큼만 갖고 먹기를…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먹으면 그 음식을 탐내고 냉장고엔 언제나 우리 부부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이 있다. 이것도 낭비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요즘은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 음식은 흔해서 나눠 먹겠다는 내 마음이 쑥스러운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일 년에 한 번, 딱 한 번 먹을 만큼 홑잎나물을 뜯었다. 홑잎 나물의 맛은 특별하지 않다. 연한 초록 식물이 갖는 약간 쌉쌀한 맛과 식물 특유의 비린 맛이다. 매우 부드러운 잎을 혀 위에 한 장 올리고 천천히 그 맛을 보면 게으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딴 홑잎 나물은 국수에 얹어 먹었다.


봄나물로 좋아하는 것 중 머위나물도 있다. 쓴 맛이 많이 나는 머위는 초 봄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데쳐서 별 양념 없이 들기름과 된장만 넣고 힘껏 무친다. 그 쌉쌀한 맛이 나른했던 몸까지 반듯하게 세워주는 것 같다. 올해 첫 머위는 진주가 김제에서 사서 들고 온 것이었다. 결혼해 김제에서 살게 된 진주가 동네에서 사 온 머위는 서울의 단정한 머위보다 거칠고 순박했다. 맛도 더 쌉쌀해 아주 좋았다.


봄엔 봄나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단, 홑잎나물을 먹겠다고 아파트 화단이나 거리 조경수의 잎을 따선 안된다.


참. CT결과 오른쪽 신장엔 6mm의 결석이 왼쪽 신장엔 8mm의 혈육지방종이 있단다.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나 혹시 모르니 엑스레이 찍고 채혈하고 소변 검사하라고 하여 그렇게 했다. 병원이, 의사가 없던 병도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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