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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2022.05.06

일주일을 꼬박 알레르기로 고생 중이다. 당연히 약을 먹고 있다. 술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남들은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 오늘 휴가를 내어 연휴를 즐긴단다. 교외로 나가는 도로는 차가 가득하다고 한다. 우리 부주는 그저 집에서 지낸다. 이럴 땐 여행하는 사람을 그리 부러워하지 않고 여행을 즐기지도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나는 알레르기가 낫지 않고 남편은 입 옆에 세균성 바이러스 질환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다. 둘 다 5일 치 약을 처방받았고 술은 안된다는 주의를 들었다. 바로 이때부터 술이 미치게 마시고 싶었다. 오후에 원고를 정리해 출판사에 보내고 나니 딱 6시. 더 이상 아무 일도 하기 싫었다.


남편을 꼬셨다. ‘약은 내일부터 먹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주문해 둔 책을 찾기 위해 동네책방 <책보냥>에 들렀다. 책방 주인 대영 씨도 꼬셨다. 같이 술을 마시자고. 둘이 마시는 술보다는 셋이 마시는 술이 열 배쯤 맛있는 법이니까.


성북천을 따라 셋이 걸어 도착한 곳은 <진심식당 다노신>. 끼니에서 공부할 때 인사드린 신용호 요리사께서 운영하는 이자카야다. 숙성회도 좋고 다른 모든 음식이 좋다. 우린 어른스럽게 일단 소맥을 두 잔씩 마시고 소주를 마셨다. 호기롭게 다양한 안주를 가격표를 보지 않고 시켰다. 왠지 그러고 싶은 날였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경쾌하게 헤어져 봄 밤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조금 행복했다.


아. 오늘도 첫 끼니는 정성을 다해 밥을 지었다. 시래기밥였다. 어제처럼 바로쿡이란 곳에서 나온 건조 나물을 넣고 지었다. 나물이 부드러워 밥이 제법 맛있다. 마땅한 반찬 없을 때 종종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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