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플

악플 하나에 도망쳤다가

by 르완느

플랫폼에 지나간 이야기를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글은 발행과 동시에 내 손을 떠나버린다. 낱말 하나 하나의 의미가 누군가에게 오독되더라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무서웠다. 글 하나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않을까,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글을 쓰기까지 망설임에는 끝이 없었다. 그럼에도 용기 내 보기로 했다. 내가 본 세상과 살아낸 시간들에 대해 다독이는 마음 받고 싶어서지만, 공감받지 못한다 해도 타인의 감정 그대로를 존중하기로.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건 아이의 유아기 끝 무렵쯤이었다. 살아온 생 중 가장 치열했지만 고독하고 처량했던 그 시절이 농익어 갈 무렵. 내 이름 석자 대신, 누구 엄마로 사람과의 관계에 부딪히며 느낀 이질적 감정들을 문자로 치환해 놓고 싶었다.


그래서‘어린이집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시작했다.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순간, 나에게도 새로운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서 느끼는 엄마로서의 존재감보다 훨씬 더 진하게, 그곳에서 나는 누구 엄마로 존재했다.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완전하게 새로운 세계였다. 자연스럽게 양육관과 교육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의 아이 이름을 달고 만났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놓고서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커넥팅 하며 움직여야 했던 곳. 켜켜이 묵었던 감정들을 가슴에서 파내고 싶었다. 어쩌면 나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과,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아이를 위한 최상의 교육을 찾아 멀리서 찾아왔다는 한 사람은 정작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20년도 더 된 남편의 수능성적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랑을 하는 어색했고 놀라왔던, 그 순간을 5화에 담았다. 그리고 글을 발행하고 수능이라는 키워드가 노출되어 조회수가 순식간에 2만을 넘겼다. 여러 댓글 사이에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왜 남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쓰세요?”


놀란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떨리는 손으로 글을 삭제했다. 타인의 모습에서 느꼈던 이질감이 “세상에 이런 이상한 사람 있어요”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꼴이 되었다. 억울했다.

이어 연재된 다른 글들도 삭제했다. 연재에 실패했고, 브런치에서 도망친 셈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털어내고 싶은 감정을 글자 하나하나로 어떻게 담아야 할지. 감정이 문자로 바뀌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나는 묵혀둔 감정을 비워냈다고 정확히 표현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서툰 감정을 완벽하게 포장하는 법 같은 글은 쓰고 싶지 않다. 말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털어놓고 싶어서 글로 쓰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글로도 쓰지 말아야 한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진한 상처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겠지. 글을 쓰는 순간은 내 감정에 충실하고, 글을 발행하는 순간은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글을 다시 써 본다.


타닥타닥, 자판의 울림이 참 좋은 날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