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아, 일어나. 7시야.”
엄마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도, 수빈이는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다시 눈을 감고 싶었다.
아니, 눈을 감은 채로 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고?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하루 중 제일 힘든 요일.
학교도 가야 하고, 숙제도 많고, 저녁에는 잉글샘 수업까지 있다.
그리고 그 수업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체크, 평가, 확인, 숙제 압박”이라는 이름의 사슬이 발목을 잡는 시간이었다.
아침을 먹으며 엄마가 물었다.
“단어 외운 거 다 됐어?”
수빈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어제도 너무 피곤해서 절반밖에 못 외웠다.
단어장 속에선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위협하다’, ‘극지방의’, ‘결심하다’…
이게 정말 내가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단어일까?
학교에 도착해도 마음은 무거웠다.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싶었지만,
자꾸 머릿속엔 잉글샘 수업이 떠올랐다.
“이따가 단어 테스트 할 거니까 꼭 외워오세요~”
그 말이 머릿속을 쿡쿡 찔렀다.
교과서보다 두꺼운 교재, 채워야 할 암기노트,
앱으로 들어야 하는 듣기 과제까지…
“야, 수빈아. 오늘 점심 떡볶이래!”
친구가 반갑게 말했지만, 수빈이는 무의식적으로 웃기만 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에도 단어장을 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책에 닿을 정도로 숙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determination... determination...
근데 머릿속엔 자꾸 다른 단어들이 밀려들었다.
‘피곤함’, ‘무기력’, ‘벼랑 끝’...
학교가 끝나면 수빈이는 곧바로 잉글샘 수업 장소로 향했다.
학교 근처라 가까웠지만, 마음의 거리는 수천 킬로미터만큼 멀었다.
다리가 무거웠고, 가방은 더 무거웠다.
“왔어요, 수빈아~ 오늘 체크할 게 많지? 하하.”
쌤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수빈이의 심장은 벌써 쿵 쿵 뛰기 시작했다.
테스트지, 단어장, 암기노트, 앱 과제… 순서대로 줄지어 책상에 놓였다.
“어, 이 단어 틀렸네? 이건 중요한 거야. 이따 5번씩 써와.”
“암기노트 문장도 좀 약하다. 문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써야지.”
“앱으로 듣기는 했어? 응?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볼게.”
체크, 체크, 체크.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무게를 얹듯 수빈이의 어깨를 눌렀다.
‘웃으면서 말하시지만,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렇게 안 해오면~ 다음에 딱밤 맞을지도 몰라~? 농담이야, 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그 농담.
하지만 수빈이의 눈가는 슬며시 뜨거워졌다.
웃어야 하는데… 웃고 있는 내가 정말 웃는 게 맞을까?
수업이 끝났지만, 해방감은 없었다.
숙제는 여전히 쌓여 있고,
머릿속엔 "다음 화요일도 또 오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가로등 불빛이 흐리게 비치고 있었다.
수빈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정말 내 일주일 중 하루일까?”
“아니면… 그냥, 수빈이의 화요일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