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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pr 08. 2022

리더십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리더십으로 퉁치는 게 가장 모호하고 뜬구름잡는 얘기일 수도?

블라인드에 80명의 조직을 맡으며 번아웃 오고 있다는 한 스타트업 리더의 글에 지인들과 의견이 오가던 중.

<주요 내용>
테크기업, 동일 회사 5년차 사업본부 맡고 있습니다. 직속 팀 규모는 80명 정도되고 34살 기혼 여자입니다.매해 승진, 조직규모 성장에 일도 재미있고 처우도 굉장히 좋습니다. 문제는, 수평적인 조직에서 80여명을 관리하니 해가 지날수록 인간혐오, 불안장애에 원래 낙천적이였던 제 성격이 비판적, 비관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관의 무계를 견뎌라 같은 말 말고, 구체적인 솔루션/팁이 필요합니다. 상담도 받아봤는데.. 10회정도, 그닥 효과적인지 모르겠습니다…돈/성공 욕심이 많아서 일은 계속 해야하고 이직해도 비슷할것이라, 피하기보단 정면돌파 하고 싶은데 너무 심리적으로 힘드네요.저를 힘들게 하는 포인트들은 이런것들입니다:

- 받는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부 조직원 (사비로 택시 태워주고, 밥사주고, 생일등) 
- 너무 불평불만하는 팀원들 
- 장도 사람인데, 잣대가 높아도 너무 높은것 (성과 내는것 외에 배려심 측면 이나 장은 원래 일 더 많이해야하고 포옹해줘야 하고 등) 
- 사회불평등이나 회사 지침에대해 한풀이 하는 일부 조직원들의 면담 내용을 이해해주고 코치해줘야하는것 
- 성과평가/연봉 협상 과정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 (비현실적 인상율 요구, 자기객관화 부족) 
- 존중은 필요없지만 기본 예절에 대한 관념 없는.. 
- 항상 방어적이고 사회운동하듯 싸움하려는 조직원물론 실적 압박도 상당하나 대부분은 조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직접 혹은 익명으로 오는 조직원 voc ) 내용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원은 이런 이슈 없고 정말일부 조직원들이긴 하지만, 그 소수의 사람들은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과도하게 이기적이고, 비판적인이여서 마음에 상처도 많이 생기고, 저도 동력을 계속 주입해주는게 힘듭니다.가끔은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보다 상하관계가 뚜렷한곳에서일하는게 더 맞는건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도 쥬니어때는 그런 상사가 되지 않아야지 라는 생각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쉽지 않습니다.다른 분들은 어떻게 버티시나요? 조언이 필요합니다.


리더십과 조직 성장이란 개념 측면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게 span of control(이하, SoC)로 1명의 관리자가 책임져야 하는 구성원의 수.


이때 책임이란 업무의 목표, 계획, 진척관리, 최종 업무의 결과 책임 외에 각 구성원의 코칭, 피드백, 평가, 보상 등에 대한 일련의 매니지먼트 전체를 포함한다.


스타트업 성장에 따라 성과(=정량성, 정성적 업무 결과 측면에서)에 대한 건 강조하나 사람, 조직에 대한 관리와 기여는 미처 성숙되지 못한 리더십의 불균형 문제가 슬슬 대두되기 시작하는 듯 하다. 그러나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시키고 육성이 중요해로 수렴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조직의 구조다.


조직구조와 리더십의 템플릿을 잘 갖춘 후 그 안에 컨텐츠로 리더십이 담길 수 있는 것이며, 그래야 담으려는 리더십이 관리 유지 가능하다. 이런 걸 조직설계라고 하고.


그럼 조직의 구조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그럼 뭐가 필요한가, 그에 맞는 인력과 그 인력들이 움직이는 팀 혹은 프로세스나 구조가 맞는가, 그 구조와 프로세스 내에서 의사결정, 업무 지시, 기능의 구성 등이 갖춰져 있는가 같은 것.


이론 상으론 그 구성 요소로는 회사목적 부합성, 업무지시(결정/리소스 배분 포함)의 프로세스, 업무/리소스 통제 범위, 해당 전문성, 조직화, 중앙집권성 or 분권화 등이 있겠다.


그런데 조직이론상의 조직설계를 학습하고 적용하려다 보면 매트릭스냐, 목적조직화냐, 중앙집권화냐 등등으로 접근하게 된다는 점이고, 리더십으로 접근하다 보면 SoP를 감안해 조직을 쪼개거나 직급/직책 구조로 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 SoC를 파다 간과하기 쉬운 것이 chain of command(이하, CoC).


CoC는 특히 매트릭스 구조로 엮여 돌아가는 스타트업에서 흔히 혼동하기 쉬운데 CoC는 조직 간, 구성원 간의 서로가 서로에게 보고되어야 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공유를 넘어 보고해야 하는 지를 의미하는 것. 이것의 핵심은 누가 책임지는가이다.


SoC는 보통 CoC의 책임자에게 적용되는데 차이라면 CoC가 R&R의 명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공유를 통해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는 반면 SoC는 구성원 관리의 효과성에 집중한다는 점이겠다.


따라서 CoC는 구조, SoC는 사람의 수로 요약 가능.

그럼 SoC의 적정수는 몇 명인가에 대해 연구결과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다. 이상적으론 6~7명 이하라 하지만 대기업 등의 현실 조직에서는 15~20명으로 보기도 한다.


그럼 수 백명 넘어가는 스타트업(이쯤되면 스타트업이 아니고 중소기업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은 몇 안 되니, 일반 스타트업이다 할 때 SoC의 이상적 인원 이하일 가능성이 높음에도 왜 리더십 이슈가 불거지고 이는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 사람과 조직에 대한 매니지먼트 성숙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럼 이걸 리더십 육성으로 풀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물음표다. 중장기적으로야 당연히 병행하며 축적의 시간을 쌓아가야 하겠지만 이거야 말로 이상적이고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 대단히 중요하다지만 만병통치약 마냥 모든 걸 '결국은 리더십, 육성, 코칭, 피드백'으로 귀결하는 건 전형적인 HRD 관점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리더십이 바뀐다는 건 거창하겐 한 인간의 세계관이 바뀌는 것이고 소박히(?) 말해도 한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이 변하는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이다. 스킬로서의 트레이닝이 가능하나 이 또한 억지로라도 '척'하기 조차 어려운 거.


그럼 뭘 함께 봐야 하는가 하면 바로 CoC이다. 보통은 CoC만 명확해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더구나 원격근무가 확산되며 비대면 근무환경이 확대될 수록 업무 명확성에 대한 게 이전보다 훨씬 더 부각될 필요도 있다.


SoC 논리로 해결하려 하면 되려 스타트의 빠른 의사결정, 수평적 구조, 공유된 가치 등에 반하는 조직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잘게 쪼개질 수록 조직의 수는 많아지고, 위계가 세분화 되며 각 조직 간, 리더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진다. 관료화 위험이 커지고, 리더층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하기 사례처럼 80명을 컨트롤해야 한다면 사실상 SoC가 굉장히 넓다는 것인데 거기에 CoC가 잘 정리되지도 못했다 예상할 수 있다. CoC만 잘 구조화 되었어도 확연히 나아질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말처럼 리더십을 바꾼다는 건 거대하게는 한 사람의 세계가 바뀌는 것이고 작게도 성격이나 가치관이 변한다는 것이기에.. 즉, 더럽게 어렵고 어렵고 어렵고, 더럽게 오래 걸리기까지 한다는 거. 때문에 더더욱 구조에 대한 접근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기도!


경영진이나 인사가 자꾸 사람을 바꾸려 하는데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건 본인들이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게 구조를 설계하는 거란 걸. 그래서 리더십이나 육성에 대한 화두만큼 구조에 대한 설계와 인식이 함께 높아져야 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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