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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May 29. 2023

덕업일치 다시 생각해 보기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덕업일치로도 언급되곤 하는데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덕업일치되어 롱런하는 이들을 부러워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단순히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대상은 아니다.


덕업일치를 기본으로 일을 할 때 가장 에너제틱하고 즐겁게 보이는 거, 그 일에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는 거, 그리고 이걸 실제 잘하는 거, 그래서 일로 인정받고 보상도 따라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오랜 기간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선순환을 그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거였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는 한 못하면 지치고, 잘해도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면 기운 빠지며 보상이 따르지 못하면 회의감이 들게 마련이다.


난 인사업무가 좋아서 하거나 이 일을 즐거워한 적이 없다. 일이 되는 걸 즐겼지. 아닌 일도 있었지만 구조조정을 하고, 불편한 피드백을 하는 일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럼 나는 불행한가?


나는 인사일을 좋아하거나 즐겨 본 적은 없어도 ‘우리 멤버들에게 조소당하지 않게 일한다’와 ‘조직에 기여하는 일을 한다’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꽤나 단단하게 박혀 있다. 부대끼고 불편한 상황을 수도 없이 맞닥뜨리지만 지금 이 일이 조직의 성장엔 말랑하거나 정교화된 제도 기획보다 실질적으로 더 필요한 일이란 기여감도 있다. 이런 신념들은 적어도 ‘쪽팔리게 일하지 말자’와 ‘절대 대충 하면 안 되는 일’이란 책임감을 부여하고 더 공부하고 잘 실행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깊게 만든다. 이 기준이 안에서는 비난받으면서 나(혹은 우리) 이런 거 잘한다, 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외부인보다 우리 멤버들과 더 얘기하겠다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좋아함과 즐거움보다 어쩌면 의미와 가치, 그리고 실제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치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몰입하며 지속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일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또한 좋아하는 이유도 때로는 멋져서, 또는 돈을 많이 벌어서, 유명해져서, 잘하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서, 의미가 있어서 등 가지각색에다 그 선후관계도 모호하다. ’좋아함‘이 마치 일의 성공과 개인의 행복을 가름 짓는 핵심 요소인 것처럼 퉁쳐서 회자되는 것을 잘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 왜와 무엇을 잘 정의하는 자기인식이 관건일 지도.


* 이미지 출처: 이인석 저, [밸런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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