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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ul 09. 2023

당당하게 일하며 쓸모를 유지하는 방법

조직몰입도나 로열티가 높은 편이지만 의외로 의미나 미션 같은 가치가 결정적이진 않다. 그런 거 없어도 일하는 데에 별 영향이 없는데 모든 기업이 원대한 미션이나 비전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도 아니고, 관찰해하며 발견해 가면 된다 생각해서다. 다만 있다면 누구보다 열렬히 스토리를 강화시키긴 한다.


성장이 중요하고 보상은 중요하지 않단 건 어릴 때나 하는 얘기고 난 내 효용과 밥값에 민감하다. 이 정도 연차가 되면 기여감이 가장 중요하기에 내 밥값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면 치열하게 일하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전과 달라진 생각. 성장을 위해 보상을 다소 포기할 수는 있어도 기여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게 서로 빚지지 않는 거다.


오랜 기간 조직에서 헤어지는 일을 하며 케이스들을 보고 결심한 것 중 하나는 어릴 땐 성장을, 그다음엔 성취를, 그리고 시니어가 되면 기여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는 거였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오르며 포지션과 그에 따른 처우가 오를 수록 편안함과 현재 누리는 걸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전에 선배가 언제든 이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결혼생활도 잘할 수 있다 했다. 당장 생계를 이어갈 자신, 일하고 싶은 의지가 낮으면 배우자에게 의존도가 높아지고 아니어도 참아야 하는 게 많아진다고. 직장생활도 다를 바 없는 듯하다. 당당하게 일하고 쓸모를 유지하는 방안을 잘 생각하며 다듬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건 물론 조직에 대한 객관화가 중요해진다.


성장이 중요한 시기엔 내가 받는 처우와 환경보다 나의 가성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이때엔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인풋을 많이 넣는 게 중요하다.


성취가 중요한 시기엔 조직의 기대와 나의 가치가 비슷한 수준인가가 중요해진다. 이때엔 배우는 성장보다 나의 판이 커지는 역량과 성과의 스케일업이 가능한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보다 내 역량이 커도 괜찮다. 주도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여가 중요한 시기엔 나의 효용이 조직에 모자라거나 넘치진 않는지 열심히 하는 만큼이나 나와 조직을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내가 제공 가능한 경험치와 능력보다 조직이 작으면 떠나는 게 낫다. 성취시기보다 포지션이나 몸값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므로 그걸 담기 어려운 조직의 역량과 그릇이면 조직엔 부담이 되고 개인적으로는 안주하며 정체되다 도태되기 쉽기 때문. 일을 잘하더라도 기여가 보상보다 낮으면 눈치를 보기 쉬워 보신에 치중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 이 시기는 실력과 경험으로 때론 방향을 제시하고 단호해져야 하는데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만큼 보상에 합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조직에 나를 담아야 하는 거다. 조직이 뭘 얼마나 주느냐만큼 나는 조직에 뭘 얼마나 주고 있는지 그리고 내 효용을 얼마나 잘 쓸 수 있는 조직인지가 중요한 거. 안정지향과 불안감이 가장 큰 시기이기에 이때야말로 가장 잘 떠날 수 있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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