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험과 실력이 더 중요한 연차가 되어 아쉬움은 많이 옅어졌지만 최상위 학교 출신들을 보면 가끔 부럽다.
스쳤을 뿐인 동창, 얼굴도 모르는 선후배, 볼 거 안 볼 거 다 본 동창 등이 한 역할씩 하고 있을 때다. 주변을 휙 둘러볼 때 발에 차이는 동창이나 선후배들이 살아가는 목표, 노력, 성취의 평균 수준이 탁월한 거. 그게 참 부럽다. 그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그 안에서 당연시되는 눈높이가 자연스레 내 수준과 마지노선이 되는 거 말이다.
살아 보니 보고 배운 게 없다는 거, 좋거나 나쁜 걸 보고 배운다는 게 꽤 무서운 것임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 보고 배운 게 없거나 덜 하거나 나쁜 걸 보고 배우면, 내 마지노선과 기준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좋은 데에 담겨본 적 없는 사람은 본인만 그게 얼마나 낮은 지 모른다는 거. 무엇보다 내가 담기는 그릇이 점점 좋아질수록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목표가 다르더라는 거다. "내가 감히, 그 정도까지는.."이라며 스스로 유리천장을 긋지 않는 거. 그걸 당당히 말하는 게 부러웠다. 출발선이 다른 것보다 목표의 높이와 스케일이 다른 거.
좋은 환경에 내가 담겼다고 나도 저절로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눈은 생긴다. 직접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해도 좋은 그림을 많이 보는 환경에 있던 사람의 안목은 높아지듯.
그래서 날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봐야 하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