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폭발과 표현의 절제에 대하여
보통 직설적이란 사람들(편의상 A라 하자)의 변은 일할 때 '할 말을 하는 편'이라는 거. 내가 가장 많이 쓰던 말이기도. "일하려 하는 말에 왜 그래?" 혹은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라며.
하지만 할 말을 하는 건 필요해도 그 말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는가는 '인성'과 '격'의 문제란 생각을 한다.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그래서 B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해서 A의 감정적이거나 무례한 전달 방식까지 이해해주어야 하는 건 아니다. B 역시 주의해야 하는 건 A의 전달 방식에 기분 상하거나 상처 받았다 해서 그 의도 자체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욱할 때 바로 받아치지 않고 일단 끊고 나중에 이야기하는 건 최소한의 훈련이고 제어노력이다. 내적 성숙함이 깊어 어지간한 상황에서 화 자체가 나지 않는 수준의 내공이 아니라면 이게 최선이다. 치솟는 감정을 다루진 못해도 내 입을 다루기 위한 노력.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조직 내 포지션이 상승할수록, 그 역할과 책임이 더해갈수록 이 노력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이고 이 자체가 역량이 되며 격이 된다. 의도가 합당하다면 이야기하되, 본인의 전달방식의 무례함이나 감정은 깔끔히 사과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본인을 돌아봐야 한다.
크고 작은 조직을 두루 겪으며 느낀 차이라면 큰 조직일수록 임원, 상무를 넘어 전무 이상 가신 분들은 천성이 어떻건 이 감정과 행동을 다루는 데에 능숙했었다(물론 아닌 분도 많았지만 그래서 이분들은 인정은 받아도 존경받지 못한 이유다).
작은 조직일수록 리더의 카리스마와 통제적, 지시적 리더십이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이끄는 데에 효과적이고, 리더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견제가 작동되기 어려운 것도 한몫. 때문에 많은 것들을 넘어가기 마련. 그래서 임원 리더십보다 팀장 리더십이 감정적으론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곤 했다.
작은 조직에서 제한된 인원의 멤버들과 복닥이며 리드하는 것과 달리 큰 조직은 업무성과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절대적인 commitment가 존재하거나 유지되기 어려운 데다 위-아래-동료의 엄격한 피드백도 수 없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워낙에 그 자리 가기까지 수많은 군상들을 상대하는 것도 있고.
속내를 다른 이들이 모르진 않아도 때론 교묘하게, 때론 웃으며, 때론 속내를 알 수 없게 상대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노련하게 커뮤니케이션한다. 이런 걸 누군가는 "나는 그런 거 못한다"나 '나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 며 은근하게 그들을 돌려 까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그렇게 폄하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단순히 노련한 소통을 한다기 보단 불필요한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걸 얻어낸다는 것이다.
"대체 그게 왜 짜증 나는 거야?"는 본질이 아니다. 내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상대는 짜증이 난다는데 그걸 어쩌겠나. 그건 그의 사고방식이고 성격인데. 이건 서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솔직히 이야기해보면 그만이다. 잘 풀리면 좋고, 완전히 이해되지 않아도 저 사람은 그렇구나 '알고' 주의하면 된다. 다만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그렇다고 왜 그런 식으로 말해?"라든가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해?"이다.
그러나 참 쉽지 않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도도 이해하고 내가 잘못해 '할 말'을 들은 거라면 인정하고 사과함 된다.
그러나 뒷단의 전달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 시 상대가 '제대로' 듣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 A나 B나 서로 의도와 전달방식을 구분해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 기껏 구분해 말했는데 A가 "그건 미안한데.."라고 말을 이어갈 때가 문제다. 미안하다 해놓고 "나도 할 말 있었어"라며 B에게 자기 열 받았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함 다시 도돌이표.
'말 나온 김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건 좋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하나를 정리하고 거기서 A는 일단 입을 다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른 안건은 그다음이다.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언행을 다루는 거,
그걸 인성으론 격이라 하고 업무적으로는 내공이자 리더십이라 한다.
예전에 '인정리더 vs. 존경리더'를 구분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내공과 격이 떨어질 때 인정은 해도 존경하기는 어려운 리더가 되는 듯. 이런 측면에서 책 속의 문장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이걸 정리하고 있다. 화는 내더라도 주먹을 휘두르진 말라는 거. 나는 화도 내고 주먹도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