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O Sep 04. 2021

리더의 확증편향에 대한 흔한 이야기

저기여, 제발 귀 좀 여시라구요!

각기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4명이 모였다.

최근 페북을 도배하다시피 이슈가 된 모 책으로 리더 워크샵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인의 한숨, CEO 필독서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 회사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리더 이야기로 이어졌다. 다들 "분명 내 얘기인데 다른 사람들이 격공하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한 거 같다?"로 마무리되었다는.. (아, 너네 회사에도 있니? 우리도 있는데..)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확증편향에 대한 또 다른 영어 표현은 myside bias이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직관적인 표현이란 생각을 한다.

늘 그렇듯 사례의 극단성은 문제가 적당히 있는 이들을 합리화시킨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든가, '그 사람이 그 정도는 아니야' 처럼.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닐텐데 말이다. 일상에서 확증편향을 가진 리더의 사례는 흔히 접할 수 있다. 조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확증편향을 들춰보자.


※ 하기 언급될 편향의 종류나 개념은 편의상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1. 발췌독

CEO나 임원들이 '필독서'를 지정해 나눠준다. 읽고 독서 토론도 해보고 이렇게 일하라 하면서. 어느 날 뚝 떨어진 책 속 문구 하나, 사례 하나로 전사 워크숍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분들은 어찌나 다독가에 속독가인지 이전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또 다른 책을 읽으라 한다.

내 경우도 직장생활 중 수많은 필독서를 읽고 팔로업 활동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은 감명 깊었고 두고두고 좋은 책으로 남아 있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각 책에서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어!" 싶은 문장을 발견하면 '이거다, 이거!' 하는 분이 문제. 한 권의 책 속 전체 흐름에서 보면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에도 특정 단락, 문장에 꽂힌다. 이걸 다른 책에서도 반복하게 되면 누더기 액션플랜이 마구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다 모아 놓으면 모순되는 거. 스스로 아이디어 많고, 창의적이라 생각하며 "왜 너희는 나처럼 생각을 못해?!"란 답답함을 쏟아낸다.


발췌의 예를 들어보자.

'규칙 없음'에서 철저한 성과주의로 구성원과의 과감한 이별을 우리도 하자면서도 그 외 최고 보상이나 권한 위임은 안 한다든가, 구글처럼 OKR을 하자면서 KPI처럼 쪼아댄다든가,  애자일 하자면서 본인을 위한 보고와 보고서 작성은 그대로 유지한다든가, 보고문화 혁신한다고 PPT 줄이는 거 하자면서 엑셀로 보고하면 보기 어렵다고 다시 PPT 보고서를 원한다든가. 일하는 문화 혁신한답시고 보고, 회의 투입시간 줄이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근데요.. 너만 보고 안 받음 되세요!)


더 큰 문제는 어쨌든 하라는 걸 하고 나면 현업에서는 혁신을 위한 보고작업으로 되려 시간을 소모하는데 주관부서에서는 뭐가 얼마나 좋아졌다 하는 등의 보고서를 낸다는 거다. 그럼 "거봐, 이렇게 해야 한다니깐"하며 밑에서 갈리는 건 상관없이 자기가 꽂힌 거 시키고 만족하는 상사와 이를 강화시키는 '부하' 직원만 남는다. 다른 조직에 가서도 "내가 전에 이런 걸 했는데"라며 그대로 또 그걸 하려 하고. 어디 나가 Best Practice라고 강의까지 많이 하고 다니면.... 속상하다......


한동안 프로덕트오너란 책이 스타트업씬에서 화제가 되었을  PO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재밌는  조직 내에서, 스터디에서, 기타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기준이 있고 분명 동일한 책을 레퍼런스로 함에도 책을 달리 인용하더라는 . 이런 발췌가 위험한  나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자료를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왜곡하고 일반화 시키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게 정답이라며 타인에게 주입하려 하기 때문.


※ 오해는 말자, 공부하는 리더가 문제가 아니다. 들으면 다 맞는 말이지만 다 조합해 보면 뭔가 이상해 이랬다저랬다처럼 보이는 리더, 끊임없이 멤버들에게 요구하지만 정작 본인은 행하지 않는 리더인 경우다.


2. 선택적 경청

옆에서 아무리 다양한 의견이 나와도 정답 찾듯 자기 생각을 합리화해줄 의견을 기다린다. 기껏 회의도 효율화 하자 해놓곤 이번엔 끝장 토론이라며.  들어주기만 하면 괜찮은데  빠지는 토론, 회의가 지속되니 일만 하고 싶은 사람은 죽을 . 의견이 넘쳐도 결국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선택적 경청이 빈번히 일어난다. 포지션이 높아질수록 직언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듣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늘어난다. 그래서 점점  "내가 얘기한  대부분 맞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 강해진다. '나는 맞는 말만 하는 사람' 되어 가는 . 앞에서와 달리 뒤에서 짜증 내는 얘기의 비중도 비례해 증가한다. 뒤에서 밖에  못하는 구성원의 소심함은 별개로 하고 앞에서 솔직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줄어든다.


3. 인정하는 지인 편향

내가 인정하는 이의 얘기만 듣는다. 이들은 내가 인정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이 인정하는 사람이 항상 맞는  아닐 텐데도 정답인 ,  부족한 듯해도 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로 단정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타인이 다른 의견을 내면 반발하지만 인정하는 이들의 말엔 귀를 기울인다. 물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사기꾼 같은 이들에게 놀아나는  열외로 하자. 보통은 인정받을만하니 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리더가 특정 멤버에게 편향되기 시작하면 정치가 된다. 사람들이 그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려 하고, 도움을 받으려 하며 자칫  인정멤버는 스스로 본인 영향력을 인지하면서 인식을 하든 못하든 그걸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멘토와 편향된 지인 인정은 종이   차이일 수도 있다.


4. 상황 편향

어떤 상황, 사람에 대한 판단에 있어 근거는 없지만 확신을 가지거나 좋아할 때, 꼭 밀고 나가곤 싶을 때 종종 일어난다. 자기가 제대로 판단을 못하거나 이끌지 못한 책임이 큼에도 잘 안 되었을 때 "그거 봐, 그래서 안 된다니깐!"이라며 부정적 편향이 강화된다. 예를 들면 A를 선호하는데 사람들이 그럼 안 된다 한다. 그래서 B도 해봤는데 B가 잘 되지 않았다. 사람들도 B가 잘못이라 한다. 그럼 역시나 B가 문제다로 귀결되는 거. 그러나 애초에 B를 잘 다루지 못한 책임은 휘발된다. 그러면서 역시 A라 확신하는 거. 여기서 중요한 건 A가 맞다는 건 증명된 바 없다는 거고 B가 아님에 어부지리로 '옳은 것'이 되었다는 거. 여기에 A가 좀 괜찮으면 A는 정답이 되어버리고 그에 대한 의존도는 증폭된다.

보통은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가 많을 때 자아가 강한 사람일수록 이 편향이 심화되더라.


역효과 현상이라는 게 있다. 명백히 틀렸거나 실수했음에도 방어기제가 강력히 발동되어 더 고집부리는 걸 말한다. 상황편향이 생기는 과정에서 이 역효과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상황편향이 드러나는 유형은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이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도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 그리고 애초에 잘 모르는 사람이 실전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인정치 않고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후자를 더닝 크루거(Dunning Kruger effect)라 한다. 더닝 크루거는 정확히 몰라서 문제가 생겨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포함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로남불이고 확증편향을 지니며 자기가 우선이기 마련이다. 다들 각자의 속사정이 있고 모두 드러낼  없기에 당연할 지도. 그러나 포지션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편향을 의도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 자기 합리화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병적으로 강화될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를 넘어 가스라이팅이 되고 그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삶에서 어려움은  있고 극복해 나가는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어려움이 불행이 되어서는  된다. 어려워 힘들다와 불행하다는 결이 다른 얘기. 확증편향이 심한 리더는 구성원을 불행하게 만들  있다.


남에게 인정받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일수록 편향되기 쉽다. 그런데 소위 성공이란 걸 할수록 지독하리만치 솔직하게 직언하는 이가 현저히 줄어든다. 때문에 그렇게 원하는 인정임에도 정작 주변에 진정으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줄 사람은 줄어든다는 걸 쉽게 간과한다. 이런 리더는 임파워먼트를 하기도 어렵고, 끊임없이 멤버들이 더 주도적이길 바라고 창의적이 돼라 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가 하는 말은 빨리 따라주길 바란다. 그 아래에서 주도적이긴 참 어려운데 말이다. 매우 적극적으로 잘 팔로워 하는 사람을 주도적인 인재로 혼동하기도.


하지만 이 영향력 강한 포지션에 가신 분들이 귀를 닫은 지 오래이고, 사람들이 욕을 하든, 내 곁에 남든 안 남든 시키면 해주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다는 거.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고. 그래서 정작 이 분들은 이런 글을 읽지도, 읽어도 본인 반성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하위 멤버들에게 '너희들 반성해!'라 발췌독과 상황편향만 드러내게 하는 좋은 자료로 쓰이기 쉽다는 게 안타까운 우리네 현실.


냉정한 자기인식과 주변의 직언이 최선이나 둘 다 참 어렵다.

구성원인 대다수의 사람들의 최선은 그럼에도 할 말을 하는 것뿐.

(다음은 할 말을 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