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란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부쩍 하고 있다. 뾰족하게 고객을 정의하고 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거.
애초에 불가능한「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함께 하고 싶은 인재들로 고객을 좁혀 정의하고 철저히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 회사라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개선해 나갈 것인가, 어떤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길 바라는가, 어떤 고객이 계속 우리 제품을 써주길 바라는가, 어떤 고객은 우리 제품을 그만 써주었으면 하는가.. 같은.
특히 세 번째 고객 유형은 그들이 사용함으로써 우리 제품의 이미지나 퀄리티가 저하될 것 같은 고객이 될 것이고, 이들은 당장의 인력 부족이나 원성을 감수하고 매너 있게 이별해야 할 거다.
세스 고딘은 그의 책에서 "스벅이나 던킨이나 똑같이 커피를 팔지만 스벅은 던킨에서 커피를 사는 고객에게, 던킨은 스벅에서 커피를 사는 고객에게 자기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했다.
내겐 꽤나 머리를 세게 치고 간 문장인데 철저히 내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고객에게만 집중하는 거, 마케팅과 뭐가 다른가.
채용도 리텐션도, 헤어짐도 마찬가지.
우린 스벅인데 던킨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생각. 그 시간에 스벅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무엇 때문에 스벅을 이용하는지, 왜 스벅을 떠나는지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다. 스벅을 스벅답게, 그리고 더더욱 최소한의 고객으로 집중할 때 우리 문화가 선명해지고 우리 고객의 만족도도 훨씬 더 올라가는 길이 될 테다.
채용도, 리텐션도, 이별도 모두 이 뾰족함과 선명함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일 텐데 어쩌면 알면서도 모두가 90%의 우리의 고객이 아닌 이들의 비난이 두려워 타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인사일을 하면서 오랜 기간 핵심인재 리텐션과 확보라는 중요한 화두를 다루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에서 내 일하는 방식과 사고가 어떻게 굳어졌는지, 뾰족한 고객을 철저히 만족시키는 일이 현업의 원성을 받으며 얼마나 많은 용기와 감내가 필요한 일인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