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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Dec 11. 2021

인사에서 힘 빼기!

휴식기 동안 했던 프로젝트들을 정리해 보니 평가보상제도 세팅, 구조조정(?!), 피드백, 인재상 수립 등등.

애초에  알지도, 하지도 못하는 아닌 채용운영엔 관여하지 않았고, 보상제도에 대해서도 실제 진행된 건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타트업씬에 보상제도란 없다라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보상제도를 개편하거나 연간 보상 기획 시에는 세계경제현황, 예상 성장률, 물가 상승률, 예상 매출 및 영업이익, 진급/퇴직/채용에 따른 인건비 시뮬레이션, 등급별 예상치, 기타 수많은 이슈를 포함해 이듬해 연봉상승률을 설정한다. 스타트업은 없다. 스타트업의 예측불가능성과 과열된 채용시장만 봐도 거의 불가능하다. 저렇게 세밀하고 치밀하게 할 필요도 없고, 공들이는 자체가 로스다.


이걸 "우리도 제도 만들어야 해요"라 하고, 인사담당자는 "제도'를 수립해야 해요"라고 하며 접근하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오더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게 꽤나 아쉽지만.. 덕분에 이제는 어떻게 일할까 생각하면 무조건 힘을 빼고 접근하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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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장과 투자에 따라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이어진 경우도 없다. 물론 타고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 bottleneck이 있기 마련이라 그를 들어내는 일은 있지만. 다급히 인적 쇄신을 해야겠다며 찾지만 얘기해보면 이 역시 상기 정도에서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이런 걸 누구를 내보내기 위한 기준, 보상을 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해 평가보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스타트업 인사 영역에서 '제도'보다는 
'원칙'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고,
여기선 피드백 방식만 잘 정비하고 
대표의 원칙만 선명하게 해도 
상당 부분 해결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출발은 다양한 주제였어도 
'원칙 선명히 하기'로 귀결됨.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스타트업의 구조조정(대표님들이 언급하시는)의 개념 자체가 상이하기 때문인데,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재무지표 개선이라는 결과를 두고 사업적 의사결정 후 다운사이징하는 게 대부분. 스타트업도 생존을 위해 다운사이징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 경우는 컨설팅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은 투자 단계가 진행되고 대표의 인재 Bar가 높아지며 아쉬운 인력에 대한 교체에 꽂히고, 그러다 싹 바꾸고 싶다로 튀어버리는 것.


이 시기 빈번한 건 '전문가 영입'인데 전문가 영입으로 해결되지 않는 즐비한 문제들로 맘 같지 않다. 그러다 이걸 기존 인력의 역량 부족으로 귀결시키는 일도 다반사. 그러다 전문가를 뽑았는데 안 됐고, 그래서 태도를 보고 뽑으니 또 경험이 없어 힘들더라며 인재 채용의 기준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그 근간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대표의 리더십과 스타일이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주로 이걸 타고 가며 선명히 하시도록 가이드하는 미팅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여기에서 '선명함'이란 리더의, 특히 대표의 본성에 어긋나지 않는 일을 해야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것. 보통은 좋은 회사 만들기, 다른 데에서 좋다는 제도 도입하기, 있어빌리티 채움을 위한 도입 등으로 야심차게 운영한 것들이 어느 순간엔 대표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이거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순간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게 되는 것. 때문에 리더 스스로의 자기 인식이 매우 중요하고 그걸 선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덕스러운' 리더가 되고, 원칙 없는 조직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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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조조정이 근로기준법 때문에 어렵다느니 하는 말이 많지만, 솔직하게 스타트업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막 자른다가 아니라 개념이 다르고 난이도가 다르다는 거고요. 법까지 갈 필요 없이 조직의 원칙과 피드백만 잘 정비해도 피하거나 유연하게 운영 가능하다는 것. 큰 원칙을 기준으로 채용, 보상, 헤어짐에 있어 예외를 최소화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작정하고 프로젝트화 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뾰족하니 당장의 만족도는 있을 것이고, 내 입장에서도 꽤나 벌이가 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면 하지 않으려 하는 건 기업마다 지닌 특유의 서사와 환경을 다 알 수 없으므로 섣부르게 컨설팅할 수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못하고 있을 땐 비난에 앞서 "이유가 있었겠지"를 먼저 깔고 가야 한다.


스타트업 컨설팅을 한다는 업체들의 제안들을 보면 기존 대기업에서 하던 그대로 스타트업 워딩 좀 넣어 5천~1억 이상으로 들어오는 게 거의이다. 가끔 최소 수 백명에서 수 천명 조직에 투입하던 인력과 기간 그대로 스타트업에 제안서를 내는 컨설팅펌을 보면 너무 한다 싶기도. 솔직히 이건 오버라 생각하고 굳이 한다 해도 제대로 롤링되기 어려울 것을 확신한다. 때문에 200명 이상 넘어가며 중소기업화될 때가 아닌 이상 굳이 과한 컨설팅을 받을 필요는 없다가 내 생각.


"우리는 초기부터 인사를 중시하니까 이렇게 하려고 해요" 하는 회사도 많은데, 아니요,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폄하하거나 경시하는 게 아니라 정작 해결의 열쇠는 다른 데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예요. 보통은 어떤 일을 누구에게 논의하고 의사결정받을지, 어떤 프로세스로 가면 되는지 정도만 명쾌하게 정리해줘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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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구축과 조직 재설계는 다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제도이고, 후자는 역할과 인력에 집중한다. 말장난 같지만 제도 구축부터 하는 건 스타트업엔 맞지 않다. 중소기업 이상 일정 R&R이 나뉘어져 위계와 함께 운영되는 조직에서야 제도 정비를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는데 R&R 자체가 모호하고 온통 그레이존과 멀티태스킹, 변동성 큰 스타트업에서는 역할과 인력에 대한 정의를 각 스테이지별로 내려가며 그에 맞게 필요한 기준들을 마련하고 가감해 가며 추후 제도화 하는 순서로 가는 것이 더 적합하다. 때문에 인사제도구축 컨설팅이 맞지 않다는 것. 경영진이나 인사에서 주의해야 하는 건 '제도', '체계'에 매몰되어 집착하는 것이다. 더구나 인사담당자의 '전문성' 지향은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현업에 부담만 줄 위험이 더 크다.


가장 많이 드리는 말씀 중 하나는 '평가, 보상, 인재상, 채용 프로세스' 같은 인사 용어를 싹 걷어내고 생각하시라는 것.


"우리 회사엔 인사 전문가도 없고요, 경영진도 잘 모르고.."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경영진만큼 조직을 고민하기도 어렵다. 누구나 어떤 회사였음 좋겠다가 있고, 누구랑 일하고 싶다, 누구랑은 도저히 일 못한다/싫다(나는 속된 말로 '저 새끼랑은 도저히 일 못해'의 '저 새끼 라인'으로 비유한다), 주로 누구를 뽑더라, 주로 뽑았는데 누구와 헤어지더라 같은 건 다 가지고 있다. 여기에 괜히 인사 용어들을 갖다 붙이는 순간 마치 전문영역인 것처럼 어려워지기 때문에 다 걷어내시라 한다. 그렇게 걷어낸 후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지독히 현실적으로 대표의 성향, 일관성, 원칙, 예측가능성 같은 자기 인식과 넘나드는 원칙 선을 설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그간의 내 결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팁을 드리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질문하면서 충분히 골격을 잡아갈 수 있다. 이에 대한 요청을 하신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구조조정은 생각과는 많이 다르답니다.


** 전엔 노션이나 글로 뭔가를 공유하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너무 후져 보여서. 멋들어지게 장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요즘은 그냥 간단히 정리해 공유한다. 이걸 덜어내야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빠르게 문제를 단순화해서 대응해야 하는데 일을 꼬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는 게 먼저란 생각.


※ 함께 읽기: 인사전문가(?) 채용과 처우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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