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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an 07. 2022

채용의 Bar와 OKR에 대한 짧은 대화

기록용

며칠 전 모 회사 분들에게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중 일부가 곱씹어 더 생각해보고픈 내용이라 메모.


Q.

당장 현업에 일할 사람이 없고 급할  채용의 Bar(이하, ) 낮춰야 하는가 vs. 그럼에도 바를 높인 채로 채용을 미뤄야 한다는  상황을 가정할  당신의 의견은?


A.

총 인원 증가속도가 매우 빠른 초기 조직이라면 전자를 선택할 듯함. 이전엔 높은 기준을 타협하지 않고 완고하게 들이댔음. 좋은 개발자를 뽑고 싶지만 볼 수 있는 조직 역량이 부족해 이걸 가능케 할 개발 리더 채용에만 매달리며 몇 달간 채용 시늉만 한 적도 있고. 그러나 총인원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하겠단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뀜. 채용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게 아니라 절대적 인력 수급 문제로 제품 출시가 밀리거나 퀄리티가 저하되어 성장이 정체된다면 그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함. 


제품과 조직이 성장했을 때 좋은 인재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것. 결국 채용의 퀄을 높이려는 목적이 조직의 건전성과 건강도, 지속성을 높이기 위함인데 이 시기 인력수급의 어려움으로 조직 성장, 사기 저하, 기존 인력 번아웃, 이탈 등 잃는 게 훨씬 클 수 있음. 


대신 다다익선식의 높은 수준보다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단 바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결정된 마지노선을 타협하지 않는 게 관건일 것임.

어차피 보통 현업의 아우성은 실무자에 있기에 실무자급의 마지노선을 명확히 하고, 높은 바는 리더급에 좀 더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을 쓸 것 같음. 


결정적으로, 바를 높인다고 검증되는 것도 아니더라


Q.

OKR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A.

내가 도입한다면 평가-보상을 연계할 것임. 그걸 분리해야 한다 해봐야 현업에서는 혼란만 더 가중되고 평가/보상제도를 따로 만든다며 복잡도만 높아짐. OKR의 기본 이론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지 않나. 때문에 일종의 한국식 OKR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OKR을 떠나 그냥 우리한테 필요한 걸 만들면 됨.


스타트업들의 인사 이슈 중 하나가 리텐션을 위한 보상인 만큼 그게 Pain point라면 역으로 보상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준으로 평가와 피드백을 설계한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함. 차라리 큰 목표 하나, 그걸 관리해 나가기 위한 기준으로 시기별 목표 설정, 피드백 강화를 하고 평가의 큰 원칙을 잡아 두고 그 안에서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는 방법이 개인적으로는 더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있음. OKR의 CFR이나 기존 피드백 잘하기나 뭐든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예전엔 OKR에 다소 부정적이었음.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때 되면 각 방법론의 폐단을 들먹이며 유행 바뀌듯 돌곤 함. 그래 봐야 하나의 평가제도를 다른 평가제도로 대체하는 것일 뿐이고, 평가의 목적과 본질은 물론 그 환경도 그대로임. 절대적인 절대평가란 존재하기 어렵고, 조직 간이나 개인 간 전체로 보았을 때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음. OKR도 그런 고민과 트렌드 중 하나의 철학이고 방법론.


OKR에 부정적인 이유는 "이건 방법이다, 아니다 철학이다, O는 이래야 하고, KR은 이래야 하고, 그건 O에 맞지 않고.." 등등 단어 따지다 진 빠지는 게 소모적이어서임. 실제로 현업에서 이 교육이나 컨설팅을 하는 이들은 평가제도를 설계하거나 운영을 직접 하기보다는 그걸 받아 강의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음. 거기에서 오는 괴리도 무시하기 어려움. 많은 책들과 설명이 있지만 보다 보면 조금씩 말이 다르고, 딱 떨어지게 구분하는 기준도 모호함. 이로 인한 주객전도, 그로 인한 로스가 더 큼. CFR 중요성을 말하며 평가/보상과 연결하면 안 된다 하는 코치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가끔은 무책임하단 생각이 들기도 함.


그러나 스타트업의 예측 어려움, 투자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OKR이 왜 환영받았는지는 알 것 같음.


어차피 죽어라 힘 빼가며 제도라는 걸 정밀하게 만들려 노력해봐야 그대로 운영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예외가 잦아 일관성만 훼손됨. 인사의 정밀도가 현업에 정말 도움되는가, 내 앞에서 설명들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멀어졌을 때에도 정말 공감하는가가 중요한 고려 포인트!


****************

평가방법론을 학습하는 이유는 여러 방법론 중 힌트를 얻어 우리에게 맞는 걸 설계하기 위한 것이지 그대로 차용하거나 각각의 장점만 짜집어 적용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인사담당자나 경영진의 욕심이 이 당연할 걸 쉽게 간과하게 만들기도. 벤치마킹이 아니라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학습과 깊은 논의가 중요한 거.


※ 함께 질문 자주 받는 내용 리마인드: 인사전문가(?) 채용과 처우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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