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인생, 누구나의 인생

by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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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에 대한 어떤 대단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냉정한 승부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찾아왔을 때 무기력해져 공허한 마음을 나누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니다. 과거를 복기하고 미래를 전해주는 예언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씨앗 하나에 숨어있는 나무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소리 없이 자라는 것들, 잠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침마다 허리를 곧게 세우는 것들, 그런 것들에 관해 말을 건네보고 싶을 뿐이다.

몸이 아픈 사람을 벌떡 일으켜 세워 달리게 할만한 힘은 내게 없다. 그렇다고 같이 누워서 '나도 아파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는 인간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그러니까 잠시 그 곁을 머물다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어딘가로 몸을 움직일 사람 중에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 인간성으로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논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저 우리 모두 자기만의 인생이며 동시에 누구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에 대한 깊은 인식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 바람이다. 아마 당위성을 부여하며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논했다면 그런 인식의 나눔에 관한 측면이었을 것이다. 어휘가 너무 제한적이지 않았다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너무 과장하지만 않았다면.

나에게 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운 주제이다.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한 번에 하나씩 이루어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많은 일들이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을 해도 한 번에 하나, 마음을 나눠도 한 번에 하나, 무엇이든 한 번에 하나씩이다. 그런 사람이 인류애나 세계관을 논한다는 것은 역량 부족이다. 오늘도 나는 고민했다. 잃어버린 마음 하나에 대해. 휴지통에서 끌어올린 생각 하나에 대해. 마치 해부하듯 이리저리 들춰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퍼즐을 맞추는 사람처럼. 여기도 놓아보고, 저기도 놓아보면서 말이다.

나는 하나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하나의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 내가 희망하는 위치는 '질문자'이다. 누구나의 인생에 속하는 질문이더라도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의지를 발견해내기를, 창조적으로 의욕적으로 답안지를 써 내려가는 과정을 목격하고 싶다. 각자의 삶으로 던져진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시험지를 풀고 있다는 생각으로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이 될 이유는 있다.

우리는 누구나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동시에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