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다음 주 일정을 정리하는 것으 시작으로, 매일 아침이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기록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다이어리를 쓴 것은 거의 이십 년이 넘었다. 예전에는 시중에 사는 일반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그때는 업무를 점검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거나 일의 진척사항을 점검하는 수준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다이어리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것은 물론 월간 계획, 주간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마치 비서를 따로 두고 있는 느낌이다. 2015년, 2016년쯤이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를 즐겨 사용하는 내게 지인이 선물해주었는데, 지금까지 그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다. (중간에 겉표지가 닳아서 한번 바꾸기는 했지만)
나는 다이어리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다이어리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좋다.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조절되고 뉴런과 다시 연결되면서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내가 다이어리를 쓰면서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떤 분은 눈을 감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모습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세우면서 느낀다고 말했었다. 또 어떤 분은 일부러 자극을 주는 사람,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가는 사람과의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어떤 방식이든 무엇이든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인지,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것인지, 열정을 채우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다이어리를 쓰다 보면 마음이 진정되는 것은 물론 서랍 속에 뒤죽박죽되어있던 것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찾아 넣는 느낌이 든다. 과하다 싶은 것은 맨 아래 칸으로, 당장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위 칸으로, 큰 계획은 크게 그려 앞쪽에 그려놓고, 작은 그림은 눈에 띌 수 있는 곳에 그려놓았다.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시간도 확보하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시간도 미리 확보해놓았다. 이렇게 내 손으로 크고 거창한 일에서부터 소소한 일까지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일상이 삶의 변곡점을 만들어왔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적잖이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다.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과정을 동행하는 모든 과정이 다이어리에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는 많은 부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하지 않아야 할 것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계속 다이어리를 써 내려갈 것 같다.
나의 일상에 대한 전문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스스로 이렇게 돌보고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 삶을 돌보는 일에 잘 쓰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다이어리 쓰기를 추천해주고 싶다. 보다 일상에 충실해지는 도구, 흩어져있는 생각을 모아 잘 정리할 수 있는 도구, 급해지는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어떤 다이어리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이어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을 것이 분명한 활동, 다이어리 쓰기를 추천해주고 싶다.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