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껴안고 달리고

by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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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런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애써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할 거야'라고 결정을 해 놓은 일에 대해서도 괜히 한 번 더 묻는 것이다.

이는 아마 나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 속에는 "그래, 그 길이 옳아"라는 격려나 응원이 듣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에서 조금은 가벼워지는 싶은 마음.

혹은 의미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 또는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에 대한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른 후, 선택에 대한 책임이 예상보다 무거울 때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그때 그게 옳다고 했었잖아"

"아니라고 얘기를 해주지".


며칠간, 혹은 몇 달간의 일정 속에는 묻지 않고 감행한 일들이 있다.

"이런 건 어떨까?"라는 질문보다는 "이런 것 같아. 이렇게 해야겠어"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그런 것들 중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도 있고, 현재진행형인 것도 있다.


사실 나는 실험해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다른 것도 아닌 내 삶을 두고)

결단하고 실행해보는 것을 회피하지 않는 수행자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중요하냐, 혹은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묻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 마음속에는 '나도 나를 제대로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를 다 알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고, 시도해보기를 즐기는 본능, 그 본능에 충실하고 싶었다.

물론 그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고, 당분간 함께 할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능하면 내가 하는, 하려고 하는 일의 의미를 다른 사람이나 이유에서 찾지 않으려고 한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대단한 성과나 변화가 없어도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약간 막연하지만 뭔가 희망적인 표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모르고,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지만 "내 삶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 확신해줄 수 없다"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그런 이유에서 "너 제대로 살고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둘까 한다.

차라리 "제대로 가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제대로'에 대한 기준조차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내 삶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가고 있고, 관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로 한 것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껴안고 달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직접 노를 저으며 살아볼까 한다.

약간의 시간을 거치면서 배운 날카롭고, 따갑고, 때론 아프지만, 가장 지혜로운 태도라고 생각한다.


-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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