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by 윤슬작가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부 수업이나 강의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가끔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지?"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하곤 했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주는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한 자세로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것 같다. 독서교실과 모임, 글쓰기 수업을 재개하면서 외부 강의도 다시 시작되고 있는데, 아침마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던 사람이었지", "그래, 이렇게 일을 했었지"라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막상 일정이 바빠지니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인해 나조차도 잊고 지냈던 "나였던 것"을 되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어제는 웹 세미나에 참석했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포스트 코로나, 출판산업의 전략"이라는 주제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제로 진행되는 웹 세미나였다. 출판이든, 산업이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과제이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었고, 좋은 기회라는 마음으로 벌써부터 시간을 비워두었다.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발제자의 의견과 생각을 들으면서 기록하다 보니, A4 용지 5장을 넘기고 있었다. 글씨 크기가 13포인트였던 것도 이유가 될 것 같기는 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 지금의 상황에서도 1퍼센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 등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나는 어려운 것이 싫은 사람이다. 쉽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좋다. 그런 부분에서 어제 웹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내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쉽게 여러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종이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오고 있다는 것, 서점은 단순히 책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산업은 통합 시스템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꿈꿔야 한다는 것,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이전부터 발견되고 있던 신호였다는 것, 나아가 우리나라의 장르소설은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자료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특히 그중에서 다음생활컨텐츠연구소 소장님이 소개한 자료는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상당히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소장님은 빅테이터를 바탕으로 인문학적인 분석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효한 키워드 몇 가지를 소개했는데, 평소 내가 유심하게 들여다보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 그러니까 기록, 글쓰기, 일상, 의미, 시간, 자기관리.

기록, 글쓰기, 일상, 의미, 시간, 자기관리.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취향이라고도 할 만큼 내가 집착하는 단어들이었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고, 너무 묵직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인생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보다 매력적인, 확실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소신껏 출간한 책이 「오늘 또 한 걸음」,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기록을 디자인하다」, 「의미 있는 일상」, 「자꾸 감사」, 「시간관리 시크릿」였는데, 마치 그러한 나의 노력이 새롭게 평가받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지금처럼 걸어가세요", "너무 틀린 길을 가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 길로 한번 쭉 가보세요"라고 말해주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느낌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다"라는 거창한 계획은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다만 어떤 상황이 나를 찾아오든, 그 상황에 너무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무슨 일이든 손에 익으면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였든, 아니었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때에는 익숙함이 있었고, 지루함이 있었다. 이와 같이 "하지 않을 이유"와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디서나 존재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경계해야 할 것은 지루함, 익숙함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약간의 자극, 약간의 동기부여를 통해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면서 자발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는 것, 움직임이 중요해 보인다. 세미나에서 한양대 교수님이 첫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남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니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예측하지 말고 설계하고 실천하세요"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정리한 것들을 하나씩 지켜나가면서, 중요한 것에 시간을 활용하면서 몸을 움직여볼 생각이다. '나'라는 개인적인 관심과 '인생'이라는 맥락적인 흐름에서 방향성은 크게 어긋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름대로는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일 근처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연구자의 자세, 실천자의 모습뿐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트 케인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편할 때만 명상하는 사람이 되지 마세요"

의미심장한 주문이다. 좋았던 날, 좋은 날에만 연구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 같은 시절, 그러니까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가 양날의 검처럼 마주 보고 있을 때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얘기한다. "나였던 것"을 복기해보면서 "나다운 것"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삶이 계속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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