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내 아이, 그리고 친구 아이를 위해 시작한 독서교실이 벌써 몇 년째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장소를 옮기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진행하는 방식도 조금씩 변화해오고 있다.
하지만 수업에 앞서는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나는 왜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고 하는가?"
"무엇이 아이들은 돕는 방법일까?"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려면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종이책의 물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권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책이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 함께 동참해 주고 싶을 뿐이다. 나와 함께 책 수업을 한 아이들이 나중에 책을 읽을지, 읽지 않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오래전 전래동화를 읽으면서의 즐거움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처럼,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게 비슷한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좋은 추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 마음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그곳으로 이끌기 마련이다. 나와 함께 보낸 시간도 그랬으면 좋겠다.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동안 어떤 지점마다 반가운 얼굴로 서 있었으면 좋겠다.
읽고, 읽은 글에 대해서 묻고, 그러고 나서 책에도 없는 생각을 요구하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는지, 무엇을 던져도 '그러려니'하는 모습이다.
가끔은 협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선생님, 이번에는 질문 네 개만 하죠?"
"제가 보기엔 제 글이 매력적인 글 같은데요?"
"줄거리는 당연히 시키실 거니까... "
가끔 어려운 책을 만나면 아이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내용은 알겠는데, 이해가 안 되는데요..."
"책이 재미는 있는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그런 날에는 특히 내용을 정리하는 일에 공을 들인다. 사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모른다고 밝힌 상황에서는 요약과 정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생각'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책 수업에 대한 좋은 기억, 비록 생각을 정리하고 쓰는 과정이 어렵더라도 수업을 마칠 때 뭔가 가슴속에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 나와 나를 이루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게 해놓고, 찬찬히 둘러보면서 혼자 생각한다.
"너희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어"
"나보다 더 멋지게 살아갈 아이들"
글 쓰는 엄마에서 책 쓰는 엄마로의 용기가 의미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토요일 수업을 마쳤다.
"얘들아, 다음 주는 자유도서야. 좋아하는 거 읽어와"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