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그거 너무 두리뭉실한 거 알지?"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by 윤슬작가

"당신은 목표가 뭐야?"

"목표?"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잖아..."

"그렇지... 좋은 사람 되는 거?"

"좋은 사람 되는 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는 거?"

"선한 영향력, 그거 너무 두리뭉실한 거 알지?"

"그렇기는 한데... "

어느 오후 남편과 여러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이다. 남편보다 경영, 자기계발 관련 책을 읽어도 몇십 권, 조금 과장해서 몇백 권을 더 읽었다. 하지만 저렇게 남편이 경영학적인 관점에서의 질문을 던져오면 매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정말 나의 목표는 무엇일까?"

"계측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목표를 정하고, 세부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의 말을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한다.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10년, 5년, 1년 이런 식으로 구간을 나누고 나름 목표를 세워 다이어리로 관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금씩 생각의 변화가 생기면서 아주 큰 그림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자유롭게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올해만 해도, 어떤 일을 해야겠다. 정도만 세워놓았을 뿐이다. 아무래도 전문 경영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지"

"일 년에 책을 몇 권, 평생에 걸쳐 몇 권의 책을 완성해야지"

"매출은 얼마까지 올려야지"

"유튜브나 블로그의 구독자 수를 몇 명까지 만들어야지"

처음에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해서 계획을 세웠지만, 어떤 것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거나, 이런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방향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출판사를 할 때만 해도 책을 몇 권, 매출 얼마, 이런 식으로 목표를 세웠지만, 과정에서 불필요한 일이 늘어나고,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뒤로 밀려나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자연스럽게 목표는 달라졌고, 계획이 있다고 해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나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무언가를 진행하기를 즐기고, 한번 시도해보고 안 되면 조금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기를 좋아한다. 한곳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는 일보다 마음 가는 일, 원하는 것을 향해 자유롭게 시선이 옮겨 다니는 유목민의 기질이 있다. 그런 내게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는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해보고 싶은데'가 '해야만 한다'를 이기지 못하니까 말이다. 얘기가 끝나갈 무렵, 남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은 더 분명한 목표가 있을 거야. 말은 안 해도 말이지..."

"글쎄..."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단 하나,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는 분명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좋은 글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가 되고, 매출도 오르고, 구독자도 많아진다고 믿고 있다. 가장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는 이것뿐이다. 좋은 삶에 대해 명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역량 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조촐한 단어로 대답하게 된다. 그래도 명확한 목표가 있어 보인다니 일단 지금처럼 가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있다. 개인적인 언어로, 공통의 언어를 만들겠다는 모습도 나름 창의적인 과정으로 보이는 것 같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또다시 남편이 목표에 대해 물어오면 대답은 거기서 거기 일 것 같다.

"그러니까...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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