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게 바라보기 위해 내가 한 노력

by 윤슬작가

나를 좋게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니, 나를 좋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의 과정은 '노력'이라는 말과 바꿔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과거를 들춰내었을 때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했다. 들춰내면 보이고, 보이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까닭에 과거를 바라보는 일에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을 경험으로 끝낼 수도 있고, 교훈으로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를 떠나, 사실 자체가 변하지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과거와 마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한다. 이런 날, 물론 맨몸으로 그냥 들어가는 것보다는 약간의 장치를 준비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

아주 큰 잘못을 제외하면 타인의 잘못에 대해 사람들은 관대한 편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일을 수월하게 해낸다. 하지만 유독 자기 자신에게는 조금 호된 면이 있다. 원인과 결과의 관점이 아닌, 과정보다는 결과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여 점수에 걸맞은 평가를 스스로에게 직설적으로 되돌려주는 경향이 있다. 실수를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줄도 모르고 부족한 사람, 한심한 사람이라며 부정적인 감정을 심게 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 스스로를 더욱 부족한 사람, 한심한 사람으로 유도하는 줄도 모르고, 습관처럼 반복하는 경우를 나는 자주, 많이 보았다.

다른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일직선 위에서 앞을 보고 모두 잘 달리고 있을 때 곁눈질하기 일쑤였고, 어떤 날에는 레인에서 빠져나와 흙길에 주저앉아 주변을 멍하니 바라본 날이 많았다. 뒤늦게 엉덩이를 털고 들어와서는 조금 달리다가 이내 시선이 멈추는 풍경을 마주하면 또 달리기를 멈추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면서 나도 모르게 미운 말을 참 많이 뱉었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항상 시작만 거창하지'.

'용두사미'라는 말은 신발 끈에 묶여 함께 휘날렸고,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탓에 늘 주눅 들어 생활했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 내가 살고 싶다고, 이렇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붙잡은 것이 '책'이었다. 책은 달랐다. 적어도 내가 나에게 들려주던 말과는 다른 말을 해주었다. 말투도 달랐다. 성급하지 않았고, 조급하지 않았다. 적당한 온도에 저절로 몸이 기울었고, 발아래 일렁이는 햇살의 이끌림에 나도 모르게 쏟아지던 미운 말이 조금씩 흔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말을 스스로에게 전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따뜻함이 좋아서일까. 여러 모습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재잘거림이 들려왔다.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실수할 수도 있어. 다음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충분해'

'미안한 일을 했구나. 그럼 미안하다고 얼른 얘기해. 아직 늦지 않았어'

'고맙다는 말을 미루고 있구나. 어서 가서 고맙다고 해. 지금이라도 충분해'

좋은 사람 곁에 있으면 좋은 에너지를 얻어 좋은 사람이 된다고 했다. 책은 지금까지도 조금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친구처럼, 스승처럼 말을 건네고 있다. 몇 권의 스승을 만났는지, 몇 명의 친구를 만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무수한 인연이 나를 지나갔고, 그 인연 덕분에 오늘도 나는 그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를 좋게 바라보는 마음을 위해 내가 노력한 것이 있다면 내 인생 안으로 '책'을 넣은 것이다. 좋은 말을 해주고, 실수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조금 더 적극적인,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늘 속삭여주고 있다. 과장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적극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노력이 부메랑이 되어 예전보다 나를 더 좋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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