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루었던 일을 했네요.
화단 정리.
조금 지저분한 상태에서 버티기(^^)를 고집하던 화단을 드디어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물론, 필요하다고 챙겨두었지만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것들을 하나, 둘 꺼내었습니다.
식물들도 주변을 정리해 주고 자리도 옮겨 심어줬어요.
동백꽃은 이발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훤하게 정리해서 동백이가 맞는지, 꽃봉오리가 없다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요.^^
친구에게 얻은 몬스테라.
하늘 높이, 넓은 가슴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조금 넓은 곳으로 옮겨줬습니다.
고무나무도 좀 더 크게 숨을 쉴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어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공간을 확보해 저마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게 콘셉트이라면 콘셉트였던 것 같아요.
이사 오기 전부터 우리 집 일등공신, 이름을 잘 모르는 꽃.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친구인데요.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
수목원도 아니고, 꽃집도 아니지만,
나만의 여유를 되찾아주는,
공간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에요.
넉넉하게 뻗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확보해주었어요.
작년 겨울 뿌리(알?)을 거두어두었다가 올봄에 남편이 심은 수선화, 히아신스.
수선화, 생각보다 빨리 자라더라고요.
그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해요.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잖아요.
작지만 강한 두 녀석을 보면서
미니멀과 라이프를 동시에 떠올리곤 해요.
토란.
v 대형으로 올라오는가 싶더니 새롭게 한 녀석이 또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연두빛이라고 하죠?
이 녀석을 보고 있으면 없던 기운이 불끈 솟아나는 느낌이에요.
작년. 레몬을 먹고 난 다음, 레몬씨를 말렸다가 며칠 물에 담근 후
땅에 심었어요. 여기저기.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곳저곳에서 레몬트리도 올라오고 있어요.
레몬트리... 까지는 무리인 것 같고요.^^:;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라고 했던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있죠?
아이들 책 제목 중에 "겨자씨의 꿈"이라는 것도 있고.
레몬씨에서 레몬트리로 나아가는 꿈.
그 꿈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에요.
커피나무. 작년에 5,000원 주고 사 온 커피나무.
하늘 높이 쭉쭉 잘 자라주고 열매는 아직 구경을 못했어요.
'나무'처럼 쑥쑥 자랄 수 있도록,
큰 잎은 떼어내고 역시 이발을 좀 시켜줬어요(^^)
'초록 초록'이라는 말.
듣기만 해도 뭔가 에너지가 느껴지는 단어에요.
주말 아침, 화단을 정리하면서 창고 같던 베란다가 미니 카페로 변신했어요.
작은 의자 두 개를 놓고, 차를 한 잔 마시는데 저절로
"아... 좋다"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노동의 기쁨.
정리의 기쁨.
여백의 기쁨.
화단을 정리한 것뿐인데, 마음까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무엇보다, 공간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궁금한 마음에 화단부터 찾고 있네요.
"이 녀석들은 간밤에 잘 잤을까?"하면서.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