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조시마 장로는 알료샤에서 "삶 속으로 들어가라"라고 조언한다. 알로샤가 겪게 될 방황, 어려움, 고통과 상관없이 알로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땅에 입을 맞추며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해내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알로샤에게 조시마 장로가 "속세로 돌아가라"라는 글을 읽는데, 오래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글이 아니라 삶을 쓰세요!"
탄생과 성장, 사라짐의 과정이 누구보다 익숙한 그분은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작가님, 작가님 생활 속으로 들어가세요. 작가님 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세요.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기뻐하고 사랑하고 우는 이야기를 쓰세요. 글이 아니라 삶을 쓰세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나는 삶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몇 번을 곱씹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서 내가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과 삶을 쓴다는 것의 차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완벽하게 알아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언어를 써야 하는지 약간의 분별력은 생긴 것 같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을까? 삶을 쓰고 있을까?"
나는 글쓰기를 삶 쓰기라고 표현한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응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나도 기록 디자이너 수업>의 모토이기도 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를 꺼내는 것에 있지 않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스스로를 만든 가치관, 신념, 세계, 고정관념, 사고방식을 둘러보면서 남아있는 시간 동안 챙겨갈 것인지, 버릴 것인지 구분하고 취사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 내 생각이에요","이것이 내 삶이에요","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거예요"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이 최종 목적지이다.
오늘도 나는 '삶' 속에서 연습하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진심인지, 어떤 노력을 발휘해볼 것인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고 있다. 사소한 의견 다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 속에서부터 큰일을 결정하는 것까지 '본질'을 중심에 두고 상황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있다. 본질을 추구하는 마인드, 본질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오늘도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 행동에는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까?"
"정말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지금 나에게 생겨난 이 일에 숨겨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