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

by 윤슬작가

엄마에게 편지를 받았다. 엄마의 낯익은 글씨체가 보였다. 엄마는 펜을 깊게 눌러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 항상 마침표를 찍는 습관도 있다. 갑작스러운 편지가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개봉하지 않더라도 대략 알아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말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면, 평소 엄마가 자주 얘기하던 것을 글자로 모습을 살짝 바꾼 게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엄마의 바람은 언제나 한 가지였고, 그것에 대한 자잘한 걱정과 바람이 일련의 정제 과정을 거친 듯 가지런하게 옮겨놓았다.


몇 년 전 엄마에게 책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고, 일 년의 노력 끝에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그 책이 바로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이다. 그때가 2018년이니까,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엄마를 좌절시켰던 것, 엄마를 웃게 했던 것, 엄마를 춤추게 했던 것, 엄마가 바랬던 것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었다. 책이라는 형식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나온 선물을 따스하게 선물하고 싶었다. 첫 번째 책을 낸 후, 틈틈이 글을 써서 두 번째 책을 쓰자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강요할 이유도, 강제성도 없었기에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대로 두었는데, 이번에 받은 엄마의 편지를 통해 엄마의 글쓰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글쓰기를 두고 나는 생각 정리의 도구, 자기 해방의 도구라고 얘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먼저 혜택을 누렸으면 했던 사람이 엄마였다. 평온하게 글을 쓸 시간이 어디 있냐는 엄마의 말에 '그러니까 써야 해야지!'라고 말한 사람이 나였다. 쓸 이유가 있다고, 아니 써야만 한다고 힘을 모아 강조했다. 그런 딸의 말을 귓등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엄마는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엄마가 첫 번째 책을 완성한 후 내가 원한 것은 절반의 구원이었다. 해방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감을 포함한 절반의 자유, 절반의 평온함이었다. 성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엄마의 글쓰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완전히 방향이 엇나간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쉽지 않다. 평온하게 글을 쓸 시간이 어딨냐는 엄마와 달리, 내가 무슨 글을 쓰냐고 얘기하는 아버지에게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몇 년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재작년부터 나 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접 글을 쓸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자,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자신감을 되돌려드리자. 아버지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를 글쓰기 제안서를 만들어보자'라고. 그 결과물이 곧 출간될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이다. 운이 좋은 덕분에 2021년 대구지역 우수 콘텐츠에도 선정된데다가 주변에서 좋은 책을 만들었다는 격려를 받고 있다.


'우리 딸 항상 고마워'라는 글로 시작된 엄마의 편지를 천천히 다시 넘겨본다. 이제는 엄마로 살지 말고 단 한 사람으로 존재해도 된다고 얘기해도 여전히 엄마는 엄마의 길을 고집한다. 바람 따라 가볍게 몸을 움직여도 될 것 같은데, 바위처럼 어떤 곳으로도 시선을 돌릴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 그런 엄마에게도 이번 책이 친구처럼 '고생했지? 애썼어.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어'라며 엄마의 시간을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무슨 글을?'이라고 얘기하던 아버지가 한 칸씩, 한 줄씩 페이지를 채워나간다면 더없는 충만감을 느낄 것 같은데, 하늘에게 나머지를 맡겨볼 생각이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키우는 시간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기술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닌 삶의 방식이 되어 자신감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받을 예정이다. 그런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느꼈다면, 다른 사람들도 느끼지 않을까?'

이전 세대에게서 받은 것을 작게나마 되돌려주는 느낌이 들어 감사하다.

상투적이지 않은 방향에서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건네본다.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

"그럼요, 물론입니다!"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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