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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ug 24. 2022

우리가 에이스라니까

감히 '문화'라는 표현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다. 놀이 문화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변화의 모습은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마신다고 해도 횟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고, 맥주캔의 사이즈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어떤 날에는 맥주 대신 음료, 탄산수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집안에서만 생겨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주 가깝게 지내는, 정말 가족 같은 팀이 있다. 우리 부부와 그 집 부부까지 우리 넷은 모두 술을 좋아했다. 덕분에 웃지 못할 기록과 몇 개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세월 덕분인지, 나이 때문인지 한결 차분한 분위기다. 아니, 그보다 술이 아니어도 함께 즐겁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까닭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크린 야구장'이다. 얼마 전부터 가볍게 술을 한 잔 한 이후, 스크린 야구장을 찾는 횟수가 많아졌다. 말 그대로 부부팀으로 경기가 이뤄지는데, 며칠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저녁 식사를 포함한 술자리에서 몇 달 만에 만난 반가움으로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방향은 자유 자유재였다. 동그랗게 이어지는가 싶더니 대각선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직선으로 뻗어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3시간가량 안부를 묻고, 소식을 나누었다. 그런 다음, 든든한 배를 어루만지며 자연스럽게 스크린 야구장으로 걸음을 돌렸다. 새롭게 발견한 재능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하면서.


스크린 야구장을 찾은 것은 몇 년 되었다. 다만 코로나가 되면서 거의 찾지 못했는데, 그러다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스크린 야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는 두 집 아이 모두 열정적인 편이라, 도무지 어른들이 낄 틈이 없었다. 덕분에 어른들은 모두 관람객으로 물러났었다. 그러다가 다시 어른들끼리 스크린 야구장을 찾았었다. 그날도 가벼운 술자리 뒤였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공을 한 번 정도 휘둘렀나, 그게 전부였는데, 어른들끼리 진행하니 계속 차례가 돌아왔다. 아내들은 저속으로, 남편들은 고속으로 공이 날아왔다. 각자의 스타일로 공을 때려 맞췄는데, 신기하게 안타가 되고, 2루타가 되었다. 물론 점수도 올라갔다. 미처 알지 못했던 즐거움, 아니 재능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공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남편들은 우리가 공을 때리는 것은 물론 2루타를 기록했으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남편들을 향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마디 툭 던졌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에이스라니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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