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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Nov 03. 2022

따지는 것과 질문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절차적으로 이해되고, 이후 어떤 과정이 남아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물난리 사고가 나면서 그런 성격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잘 모르는 사람, 제3자를 통해 듣는 것보다 당사자 또는 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듣고 싶어 찾아갔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당연히 "왜?"라는 질문은 이어졌고, "그래서 어떻게?"라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겨났는데 주변 사람들은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너무 별난 사람인가?"


하지만 평소의 성격을 보면 그리 별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거나,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는 좀 꼼꼼한 편인 것은 분명하다. 궁금증이 생기거나 어떤 일이 생겨나면 문제보다 이후 해결 방법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절차를 소개받기를 원한다. 이후 일정도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나중에 알려주세요'보다 '어떻게 될 것이니 미리 참고하세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는 별난 사람, 엄청 따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손해사정인이 와서 얘기를 나눌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진행 절차를 알려달라고, 이후 절차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물었고, 간단한 대답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도서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상대방은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한다는 얘기를 했고, 나 또한 똑같은 질문을 계속한다는 느낌이었다.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도 문제겠지만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르니, 대화에는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아차린 후, 이후로는 조금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담당자와 헤어진 후,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데 또 비슷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너무 별난 사람인가?"


하여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었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지, 질문해야 하는 것인지.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어떤 대답이 있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 다음 절차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하는지까지. 목요일 벽지 공사를 하고, 금요일 바닥청소를 끝내고 나면 그때는 명확해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은 계속된다. 뜬금없는 질문이 툭, 튀어나온다.


"너... 항상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나 보구나!"

"어? 어...."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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