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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Nov 04. 2022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믿고 싶다

눈앞에서 '물난리'를 목격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속수무책이라는 말 밖에는 답이 없었다. 위층에서 생겨난 누수였고, 위쪽에서 해결이 나지 않는 한, 가운데 공간에 고여있는 물은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3층 엘리몽과 4층 엘리바덴은 자신들의 물난리를 수습한다고 정신이 없으니, 피해자라고는 하나 아래쪽은 우리 몫이었다. 그런데 딱히 할 수 있는데 없었다.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멈추기를, 물기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덕분에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동안 책방 영업 멈추고, 내부 수업도 모두 취소했다. 진짜 제대로 "세월아, 내월아..."를 부르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제저녁 벽지 공사를 끝내고, 지금은 바닥청소를 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나와 짐을 밖으로 빼고, 밖에서 pc를 켜놓고, 일을 하고 있다. 인쇄하는 곳이 가장 바쁜 11월, 출간 예정된 책이 있는데, 며칠째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어 방법이 없다. 통로의 창문을 닫고 미니 히터를 켜놓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금 전 웃픈 상황이 생겼다. 계단으로 올라오신 분이 사무실인 줄 앍고, "어, 죄송합니다"라는 말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죄송한데 말이다. 


이번 물난리를 겪은 상황을 알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


"작가님. 물의 의미가 쓸고 나가는 거잖아요. 나쁜 거 모두 몰고 나가는 걸 거예요"

"좋은 일이 있으려면 큰 아픔이 온다고, 호사다마라고 하잖아요"

"제 주변에도 물난리 겪은 분이 있는데, 그분은 뭘 해도 일이 잘 되는 것 같았어요"

"작가님. 액땜 제대로 하셨나요! 2023년에 대박 나실 거예요!"


대박이 날지, 호사다마를 증명한 사건 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첫째 날보다 둘째 날이 나았고, 둘째 날보다는 셋째 날이 나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고 나니 마음도 잦아들고, 머릿속에도 공간이 생겨난 느낌이다. 그러면서 망각의 기능, 회복의 기능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음속으로 열심히 외쳐본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2022년을 잘 보내고 2023년을 잘 맞이하게 위해 액땜한 거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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