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분이 내 책을 읽을 소감을 일부러 전해주셨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의 피드백이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설레었다. 피드백이라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메시지는 긍정적인 메시지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도움이라고 전하는 충고나 조언의 메시지는 어떤 색을 입힌다고 해도 혼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피드백을 하는 사람도, 전달받는 사람도 신중해야 한다.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다.
얼마 전, 상당히 인상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조금 더 솔직하게 고백하면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이번에 출간된 책을 읽고 난 후, 관심이 생겨 이전에 나온 책을 몇 권 더 읽어보았다는 그분은 서로 다른 작품을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난 이후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했다.
'윤슬 작가님 글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다른 책이었지만,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 바라보는 방향, 관심 있게 다루는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느낌이다고 했다. 거기에 약간의 관점 변화, 미세하게 움직이는 행동을 세심하게 다루려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해왔다. 무엇보다 삶과 완전히 동떨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삶 속으로 몸을 깊게 밀어 넣은 모습에서 화려하고 거대한 것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거기에 표현방식이나 문체가 옆에 앉아 조곤조곤 얘기해 주는 느낌이라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고 했다. 마냥 칭찬하는 것도 아니었고, 더 잘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느 때보다 마음이 따듯해지고,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읽었을 때, 이건 '그 사람의 글 같아'라는 느낌을 지니게 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이덴티티이며, 개성이자 고유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더라도, 나의 경험이나 관점을 바탕으로 하여 새롭게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새로운 연결이 필요하다면 연결을, 해체가 필요하다면 해체작업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문체나 스타일을 만드는 작업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노력조차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더 많이, 더 자주, 더 깊게 읽기 시작했다.
새로운 작품, 다른 스타일과 문체를 가진 책을 읽고, 동일한 주제를 나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그런 다음, 글을 쓸 때 배운 것을 활용한다는 마음으로, 내 글에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어색했지만 다른 전개 방식으로 글을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한 가지, 내가 관심 있는 주제, 나에게 진심인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표현에서의 개성은 추구하지만, 표현하고 싶은 것 그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가능한 자주, 여러 곳에 공개했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보여주고, 반응을 살폈다. 평가를 받는다기보다는 어떻게 다가가는지에 주목하고, 반응을 살폈다. 물론 그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까 '윤슬 작가님 글 같아요'는 이 순간에도 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제와 비슷해 보이겠지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약간의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누군가 내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해온다면,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약간의 차이가 느껴지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노력해 보세요. 저는 지금 그 지점에 있어요"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