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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소한 일상 앞에서

by 윤슬작가

주말 아침, 어딘가에서 조용히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르르르르……


작은 모터가 움직이는 듯한 그 소리는 남편이 커피를 갈고 있다는 신호다.거의 동시에 주전자 버튼을 누르는 찰칵 소리와 함께 물 끓는 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대개 침대에 누워 그 소리들을 듣는다. 주말만큼은 가능한 한 늦게 일어나려고 애쓰는 중이다. 한 주 동안 쌓인 피로를 침대 위에서 천천히 풀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 아무리 애써도 8시 즈음이면 등이 아파오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그렇게 깨어난 아침, 핸드폰을 뒤적이며 뒹굴거릴 때가 많다. 그러다 주방 쪽에서 커피 가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들려온다. 그런 날이면 벌떡 일어나 남편에게 장난스럽게 묻는다.


"나 불렀어?"


그러나 돌이켜보면, 누워서 뒹굴거리던 날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럴 때면 커피를 내려 두 잔을 준비해둔 남편이 침대로 와서 조심스레 묻는다.


"이제 일어날 거야?"


처음엔 몰랐다. 우리에게 이런 작은 패턴이 생겼다는 것을. 주말 아침마다 반복되는 작은 의식같은 풍경에 대해 여러 장면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주말 아침의 커피 소리, 따뜻하게 퍼지는 물 끓는 소리,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질문들…… 이 모든 것이 모여 우리의 삶을 조용하게, 그러나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일상을 눈부시게 만들지는 않지만, 환하게 빛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묻게 된다.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진짜 아름다운 인생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쩌면 그 답은 "나 불렀어?" 혹은 "이제 일어날 거야?" 같은 작은 농담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 거창하거나 멋진 문장도 아닌. 사소한 일상에서 서로의 안부를 부드럽게 묻는 것, 커피를 갈아 내리고, 물을 끓이고, 조심스레 커피 한 잔을 권하는 것, 이 모든 순간이 진짜 행복이고, 진짜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삶을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주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삶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과정 그 자체이며, 작은 따듯함 하나하나를 챙기며 걸어가는 여정이 아닐까.

지르르르……


또 한 번, 익숙한 소리가 주말 아침을 깨운다.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조용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정리해본다.


"지금 이 순간, 아주 소중한 시간을 지나고 있구나.“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에세이 #작은따뜻함 #사소하지만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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