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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간다는 것”, 진정한 성장의 의미.

by 윤슬작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토록 사적인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이토록 사회적인 형태를 띄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작은 단순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느껴지는 때로는 뜨겁고, 어떤 날에는 묵직함이 주는 기분에 한껏 빠져 생활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 뜨거움과 묵직함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을 만들고, 글쓰기, 책쓰기 강좌를 열고, 나아가 독서 코칭 강사로 활동하면서 내밀하게 숨겨져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녔다. 독서는 나를 깨우는 일이며, 글쓰기는 삶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입니다.”



이 말을 자주 했고, 진심으로 믿었다.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고, 나를 이해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였다. 일기든 산문이든 형식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기 삶을 자신만의 언어로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일이었다. 글쓰기 강사, 책쓰기 코치로서 사람들이 스스로의 마음속 매듭을 풀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의 시선에 변화가 생겨났다. 여전히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지만, 아직 어딘가에 다다르지 못한 느낌이었다. 화두처럼 질문을 가슴에 품고 다니던 어느 날,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 그 모든 행위가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동안 내가 세상에 내놓은 것을 바탕으로 마땅히 살아내야 하는 삶으로 이어져야 했다. 표현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곁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함께 읽고 함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어려운 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생각은 언제나 말보다 쉽고, 말은 행동보다 쉽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을 삶으로 구현되는 순간 누구든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거기에 ‘함께’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 책임감은 배가된다.



한 사람을 존중하고, 한 사람을 기다리고, 한 사람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내는 일. 그 느리고 단단한 과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오래 들여다보고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나 혼자만 잘되는 것, 나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 있는 영향력을 건네주어, 그의 삶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데 기여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가치있는 삶은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전보다 더 깊이, 더 자주 꺼내게 된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보다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이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한 명이라도 나의 말과 글, 그리고 삶의 모습이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길을 찾는 등불이 되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을까라고. 혼자 읽고 혼자 쓰는 삶을 지나, 함께 읽고 함께 쓰는 삶으로,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연결되는 것.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꿈꾸는 ‘성장’이다.

from 윤슬작가

#윤슬에세이 #함께살아가기 #연대와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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