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차분한, 죽음
이 책은 인생의 아침과 저녁, 태어나는 순간과 죽는 순간만을 보여준다. 그 사이의 생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누구든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는다. 그 순간은 모두에게 한 번씩 주어진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탄생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죽음이 있을테지만 욘 포세는 가장 일반적인 탄생과 가장 고요한 죽음을 서사로 택했다. 그리고 이 조용한 서사는 노르웨이의 삶 어딘가와 맞닿는다. 내 기억 속의 노르웨이는 적막했고, 차분했고, 추웠고 책 또한 적막하고 차분하고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오는 풍경의 냄새가 난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선물 같이 고요하고 차분한 죽음을 바라보자. 마음이 가라앉으면 삶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에서 삶과 죽음은 분리되지 않고 나란히 놓여있다. 일상적인 죽음. 비현실적이면서도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묘한 분위기. 그 모습을 글 전체에 슬로우모션을 걸어놓은 것처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당신의 인생에 쉼표가 필요할 때, 이 소설은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당신은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활자에 생각을 맡긴 채 부유하면 된다.
❗️책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요한네스는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이 가볍다. 배를 타고 서쪽으로 나갈까, 생각한다.
근데 어쩐지 저 멀리 먼저 죽어버린 친구 페테르가 보이고 함께 배를 타고 나아간다.
거참, 페테르의 머리칼이 길어서 어서 잘라줘야겠네, 생각한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에르나가 기다리고 있다.
에르나는 요한네스를 남기고 몇 해 전에 집에서 눈을 감았었지.
요한네스는 아내와 커피를 마신다.
페테르의 머리칼을 잘라야지, 하고 집을 나온 요한네스는 막내 딸 싱네를 본다.
요한네스만이 싱네를 본다.
싱네는 요한네스의 몸을 뚫고 지나간다.
요한네스는 어리둥절 하다가 이네 페테르를 본다.
자네 죽었어. 이제 나와 함께 가세. 페테르가 말한다.
그래 그렇게 된 거군
그런거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