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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Jul 08. 2021

나쓰메 소세키 ‘마음’

갈등, 고독, 자아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어딘가를 바란 적이 없는데도 언제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와 있다."

- 이제니, 「소년은 자라 소년이었던 소년이 된다」


시인의 글처럼 마음은 이리저리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몸 안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마음이라는 건 어디에 있는 걸까?'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마음이란 어디에 있는 걸까? 

마음은, 인간성의 상징일까?


나쓰메 소세키가 포착한 마음은 어둡고, 고독하고 찌질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게 꼭 내 마음과 닮아 있어서 읽다보면 흠칫한다. 모두의 마음 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가장 초라한 마음을 참 세세하게 보여준다.



❗️스포일러❗️

선생님은 K에 대해 늘 열등감을 가졌지만, 또한 동시에 우월감에 취해 있기도 했다. 우월감에 젖어있기 위해 여러가지 행동을 하기도 한다.

K는 자신의 신념에 몰입해 있었다. 하지만 신념을 저버릴 수 있을만큼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 할 참이었다. 그 기로에서 K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K는죽었고 그보다 더 일찍 죽었어야 했다고 썼다.

K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초라한 마음을 아프게 마주해야 했던 선생님은 평생동안 그 마음에 매몰되어 산다. 그 마음 때문에 고독해지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더욱 선생님을 고독 속으로 몰아가다가 결국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든다. 갈등 속에 드러난 그 모든 마음이 선생님의 자아를 대변한다.



"세상이 있고, 그 속에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을 마주할 때 솟아오르는 내면이 있다."


갈등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상상했던 마음은 이런 모양이었는데, 갈등 속에서 발견한 마음은 자꾸 다른 곳에 가 있고 조금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자주 실망스럽다. 그래, 이 마음이,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나 자신이 사랑스럽거나 좋아서 가방처럼 둘러매고 이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마음밖에 없어서, 둘러매고 있을 게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어렵다. 매 갈등마다 내 초라한 마음을 마주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치만 내가 가진 건 여전히 이 마음뿐이라 애착을 느낀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일부 인용)



p.50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p.210

나는 나보다 침착한 K가 부러웠어. 또 밉살스럽기도 했지.


p.266

나는 적막했네. 어떤 곳으로부터도 떨어져 세상에 홀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자주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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