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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12. 2019

잃어버렸다

[박소란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중에서  



그것을 잃고 난 후

이제 나는 그 어떤 것도 잃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여느 일요일과 같이

늦잠에서 깬 뒤 머리핀을 찾아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알게 되었지

살면서 머리핀하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기다렸다는 듯 머리칼은 흩어지고 조금의 아픈 기색도 없이

아 따분해 다시금 잠들고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 박소란 시 <잃어버렸다> 중에서




사랑하는 친구가 잠시 떠나갔을 때, 그땐 모든 걸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살면서 머리핀하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왠지 모든 걸 잃고도 의연한 척 할 수 있는 문장같아요.




[시 읽는 시간]은?

매일 좋아하는 시를 조금씩 공유해보는 코너에요.

저에게 시를 읽는다는 건 어떤 시간을 견디는 거에요. 버티는 힘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문장을 먹으면서 시간을 쥐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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