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중에서
그것을 잃고 난 후
이제 나는 그 어떤 것도 잃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여느 일요일과 같이
늦잠에서 깬 뒤 머리핀을 찾아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알게 되었지
살면서 머리핀하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기다렸다는 듯 머리칼은 흩어지고 조금의 아픈 기색도 없이
아 따분해 다시금 잠들고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 박소란 시 <잃어버렸다> 중에서
사랑하는 친구가 잠시 떠나갔을 때, 그땐 모든 걸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살면서 머리핀하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왠지 모든 걸 잃고도 의연한 척 할 수 있는 문장같아요.
[시 읽는 시간]은?
매일 좋아하는 시를 조금씩 공유해보는 코너에요.
저에게 시를 읽는다는 건 어떤 시간을 견디는 거에요. 버티는 힘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문장을 먹으면서 시간을 쥐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