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한 짧은 단상

무릇 감정이란 그런 것이다. 영원하지 않지만, 영원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상처로 남아 후벼 파다 사라지지 않고, 흉터가 되는 그런 것. 나만 알고 있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      

이것이 단장지애 같은 감정에도 통할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보고 싶진 않았다. 이유를 불문하고 반가워할 일이 아니라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라 하는데, 그 어떤 사람이 반가워할 수 있으랴. 

     

마음이 울렁거렸다. 십자가를 보고 “당신의 뜻을 알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그 미사에서 가장 늦게 자리를 뜬 것은 나였다. 이소호 시인이 그랬듯 가장 간절한 건 나였다.      

잡념이 뒤엉킨 밤, 나는 어김없이 나의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또 나는 나를 끊임없이 깨부수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만들어내면서 나의 잡념을 없애고 있었다. 나는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항상 잘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기도 한다. 그냥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삶이면 만족하는 중이다.      

감정은 그릇과도 같아서 물이 너무 많으면 넘친다. 이 그릇을 넘치지 않게 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배웠다. 난 기술이 없고 아둔한 편이라 자주 넘친다. 그래서 그릇을 둔 흙은 항상 축축한 편이다. 그런데, 비가 온 후의 땅이 더 단단하다고 하지 않던가.      

글을 쓰는 일은 나의 모난 감정들을 쏟아내는 일인지라 한동안 나의 글을 보여주는 일이 마치 나의 맨살을 보여주는 일처럼 여겨졌다. 요즘은 또 남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일이 그렇게까지 부끄럽지는 않다.      

중학교 시절에 가창 시험이 싫었던 나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성장한 것일까? 요즘은 내가 글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