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자폐도 아닌..'느린 아이'를 만나다(1)

시설에 가기도, 일반 학교에 보내기도 애매한 아이를 다루는 법

by 번애프터리딩


"우리 애가 좀 느려요"


학부모는 아들 B를 이렇게 소개했다. 또래보다 학습, 사회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다른 아이들보다 신경써줘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만난 B는 정말 애매한 수준의 '느림'을 지니고 있었다.


미디어에서 접한 소위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문제적 행동은 보이진 않았다. 수업 분위기를 흐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이는 식으로 말이다. (이 역시 나의 편견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또래에 비해 학습능력이 더디고, 감정 조절능력이 취약했다. 집중력이 약한 B를 위해 "B야, 집중해줄 수 있을까"라는 가벼운 타이름에도 금방 울음을 터뜨려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암기 능력 역시 체감상 또래의 10분의 1이하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의사소통이 힘든 수준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체육했어요" "그림 그렸어요" 등과 같은 무난한 답변을 했다. 대통령 선거 시즌에는 '사전 투표'라는 제도를 정확히 알고 있어 내심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섬세한 의사소통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우리말에 서툰 외국인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상대가 강조하는 키워드, 억양 정도를 조합해 타인의 언어를 해석한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100을 말하면 80정도는 튕겨져 나가고 20만 전달되는 듯 했다.


원장님과 나는 영어학원의 본분에 맞게 처음엔 B의 느린 학습능력에 집중했다. 모든 학생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바탕으로 말이다. 그러나 B에게 성적향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며, 성적향상이 필요한 아이도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의학적 소견은 없어 조심스럽지만, 약한 수준의 자펙 스펙트럼이 의심된다는 것이 나와 원장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실제 자폐인 조카를 둔 원장님은 조카에게서 보았던 특징이 비슷하게 나온다고 했다. 적어도 B에게 필요한 건 성적향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B는 우영우처럼 천재 자폐인도,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심한 자폐 스펙트럼도 아닌, 그렇다고 또래 친구들과 조화롭게 어울리기도 어려운 애매하게 '느린 아이'였다.


성적향상이 주 목적인 학원에, 성적향상이 애초 불가능한 학생이 다닌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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