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골목학원 일지
우영우도, 자폐도 아닌..'느린 아이'를 만나다(2)
B가 쿠크다스보다 약한 멘탈로 살아가려면
by
번애프터리딩
Sep 9. 2022
아래로
(전편에 이어 계속)
사실 B가 또래와 다르다고 느끼는 가장 큰 포인트는 감정 조절능력이다.
암기속도가 느린 것은 나중 문제다. 상대방과의 감정 공유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 B가 자폐의 경계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B의 멘탈은 습자지에 비유해도 좋을 정도로 얇고 약한편이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약한 멘탈을 일컫어 '쿠크다스' 등에 비유하는데, B는 압박을 견디는 역치가 아주 낮은 편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B는 집중력이 좋지 않아 시계를 보며 멍때리거나 책상에 눕는 등 소위 '딴짓'을 많이해서, 당초 목표량의 절반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하루는 딴짓을 줄여보고자 계속 주의를 주었다. 멍때리는 시간이 5분이 넘어가면 "B야, 다음 거 해야지"라는 식으로 타일렀다.
서너번 비슷한 코멘트가 이어진 시점이었다. 갑자기 B가 단어를 외우는 목소리가 잠기고,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함께 공부하던 아이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웠다. '심한 압박을 주었나' 싶어 B에 대한 내 행동을 되감기 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기준에선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B의 입장에선 나의 타이름이 지나친 압박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이후에도 B는 자주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처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혀 짐작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B가 얼마나 약하고 여린 마음씨를 지녔고, 동시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해보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경쟁을 통한 발전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이다.
사소한 지적에도 곧장 울어버리는 감수성으로 독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기엔 너무 거친 환경이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또래 친구들과의 숱한 비교를 당하고, '눈치없다' '느리다'며 무시당했을 상황이 그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B와 같은 반인 친구에 따르면
원칙주의 성향을 지닌 담임선생님에게 잦은 꾸중을 듣는다고 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에 준비물을 자주 빠뜨리고,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니 선생님 눈에 곱게 보일리 없을 것이다.
혼나는 일이 반복되니, B에게 '학교=혼나는 장소'로 각인된 듯 싶었다.
하지만 또래들보다 여러 면에서 느린 B에게 같은 교칙을 적용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애초에 충족하지 못할 기준을 강요해 B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
닐지
keyword
우영우도
교육
자존감
1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번애프터리딩
직업
에디터
읽고 듣고 본 것에 대해 적습니다. 기자로 일하다 잠시 멈추었습니다. 정돈된 마음이 자주 흐트러지고 간신히 추스르며 살고 있습니다.
팔로워
1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우영우도, 자폐도 아닌..'느린 아이'를 만나다(1)
교실 속 코로나 "얼굴 모르는 애가 반이 넘어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