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가 젤 이쁜 거다.
어렸을 때 새끼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였던 것 같다.
비가 오는 날 마당으로 뛰어나간 새끼 고양이를 다시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발에 흙이 묻어 있어서 찬물로 발을 씻겨 주었다.
여름이라서 발 정도는 씻겨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어린 고양이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는데
이렇게 이별을 하다니,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슬프게 무서웠고
자책하며 나를 원망했다.
어린 나이에,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를 때
아무도 없는 날 일어난 일이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고양이를 생각하면 무서웠고
키우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 버려졌다며, 다시 어린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왔다.
하얗게 가슴부터 곧게 뻗은 기다란 다리, 살짝 접힌 귀, 호기심 많은 표정
고양이는 가까이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내게
성격과 신체적 리듬이 나와 똑 닮은 도도가 나타났다.
겁도 많고 의심도 많지만 호기심 또한 많아서 세 번이나 가출을 한 고양이 도도.
애정을 구하는 것조차 나를 닮았다는 생각.
먼지와 친해지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너무 귀여워서 울 딸이 미친 듯이 예뻐하며
괴롭히는 먼지.
털이 먼지 덩어리처럼 굴러다녀서 붙인 이름이다.
길고양이인 도도와는 성격도 아주 다르다.
젠틀.. 젠틀.. 젠틀...
만져주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털을 빗어주거나 쓰다듬어 주면
게슴츠레 뜬 눈으로
아주 편안함을 만끽한다.
사람 보다 더 마사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도대체 왜?
도도는 털 빗어주기도 힘든데??
이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