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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May 30. 2016

스크린으로 보는 세계 각지의 먹고 사는 모습

제2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코엑스

고등학교때 처음 영화제에 가 본 이후 국내외 크고작은 영화제를 꽤 많이 가봤지만,

그중에는 주제에 따라 재미있는 영화제도 있었고 재미없고 무거운 영화제도 있었다.

가령, 내가 잘 모르는 특정 여류화가를 주제로 한다거나, 프랑스의 철학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는 너무 어렵다. 봐도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인에게 쉽게 다가가는 주제가 있다. '먹고 싸고 자는 것' 이다.

당신이 어느나라 사람이건, 대학을 어디를 나왔건, 빚이 있건 없건, 심지어 어느 시대를 살고 있건간에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 '먹고 싸고 자는' 문제는, 진입장벽이 낮은만큼 말초적인 감정을 가장 쉽게 건드린다.


이 쉬운 감정을 제대로 건드린 영화제가 있었다. 올해가 2회라는데, 나 역시 모르고 있던 영화제다.

음식을 주제로 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코엑스, 20160526~20160531) 는 눈으로 먹는 영화제일 뿐 아니라, 실제로 입에 무언가를 머금을 수 있도록 준비를 잔뜩 해놨다.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걸 알고, 애인과 수차례 상의 끝에 영화 세 편을 골랐다.

밤새 보는 영화(심야상영)을 꼭 하고싶었는데, 이제는 체력이 딸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애인은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를 골랐고, 나는 일본영화인 <무사의 레시피>를 골랐다. 세번째 영화는 공평하게 단편모음으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장편영화가 훨씬 좋았다. 영화의 퀄리티도 높았고, 대만과 일본의 전통 음식들을 제대로 맛보며 눈으로 실컷 정찬을 즐긴 기분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시대를 초월하고,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는 보편성과 함께 지역별 특수성도 동시에 느꼈다. 다만 단편모음은 약간 홍보영화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 좀 있어, 성공율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음식>이라는 주제 덕분인지 그 조리과정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며, 맛을 상상하며 영화를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그리고 영화제에서는 다양하게 먹을걸 준비해줬다. 현미백설기와 우유, 잼과 케챂, 커피와 녹차, 만쥬 등등. 갈 때엔 후줄근했던 가방이 돌아올 땐 빵빵하게 터질 것 같았다. 한 회당 8천원을 주고 좋은 영화도 보고, 선물도 잔뜩 받아온 기분이다.  

음식영화제에서는 본격적으로 '먹으면서 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준비해놨는데, 시간상 참여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새로 알게된 영화제가 영화선정부터 부대행사까지 다양하게 골고루 준비해놓은 덕분에 이번 주말이 즐거웠다.


한가지 아쉬운 건, 아직 홍보가 덜 돼 빈자리가 너무 많았다는 것과

자원활동가들의 교육이 미흡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앞에서 티켓을 확인해주는 자원활동가가 영화의 제목도 모르고 있었다.


나도 수많은 영화제에서 자원활동도 해보고 관객심사단도 해보았지만, 영화제는 관객뿐만 아니라 그 자원활동가들도 미래의 충성스러운 관객, 매년 찾아오는 열성 팬이 된다. 짧은 기간 활동하는 거지만 자원활동가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고, 그 영화제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교육을 통해 영화제를 속속들이 알고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그들의 태도를 통해 관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가고, 그 활동가들이 미래의 영화제 고객이 되어 더 많은 관객을 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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