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바꿔 쓰는 아이의 무대

오늘의 그녀는 누구인가

by 사유독자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있다.
처음엔 나도 다 믿었다.

아니, 속았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 순간만큼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

그 아이의 직업은 만날 때마다 달라졌다.
어느 날은 부부 상담사, 어느 날은 어린이집 선생님,

또 어떤 날은 구청 위생과 파견 직원이었다.
만나는 사람의 수준 상황 분위기에 따라 그녀의 직업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며 그 자리에 맞춰졌다.
그렇게 변신할 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익숙해 보였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대사라도 읊는 사람처럼.

처음엔 그게 그냥 ‘허세’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있어 보이고 싶어서, 혹은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말과 말이 맞지 않았고 어제와 오늘의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것이 진실일까?

진실을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그녀의 세계엔 ‘진실’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저 호감과 관심을 얻기 위해 그 순간 필요한 얼굴을 꺼내 쓰는 것.
거짓말은 그 아이에게 죄책감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누구보다 사람이 고팠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두려워서,
그 순간의 그녀를 좋아해 주길 바라며 가면을 바꿔 쓴 건 아닐까.

하지만 무대는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녀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며 또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그 거짓말이 결국 자신에게 어떤 대가로 돌아오든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진짜 자신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만의 비극적인 방식처럼.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묻는다.
‘무대에서 내려올 날은 과연 올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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