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2018년 3월 13일 오후 10:23

by 구나공



‘사랑을 사랑하다’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책의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찌른다.


마치 걸리면 안 될 일을

들켜버린 사람의 마음 같다.


나는 이제껏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침에 눈 뜨면 아침 인사를 해주고

끼니마다 밥은 먹었는지

혹시 무슨 일이 있진 않았는지

내 기분은 어떤지

내 하루하루를 궁금해하고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준 것 같은 배려

만나서 함께 하는 시간들

오고 가는 애정표현들.


이런 일련의,

사랑을 하고 있다는 표현과 감정, 시간들을

‘그 사람’ 보다 사랑했다.


내게 ‘그 사람’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만 느끼게 해 준다면

쉽게 대체되던 자리였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그런 행동과 감정이 무뎌져 갈 때쯤이면

늘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겼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면

더 이상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두려워

내가 먼저 손을 놓아버렸다.


그래서였을까

나의 연애들은 늘 불안하고 외로웠다.

금세 식어버릴 관심과 표현이 아쉬웠다.

‘그 사람’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이 주는 ‘사랑’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그 ‘사랑’들은 대게 육 개월이 채 가지 못했고

나는 ‘사랑’이라는 말에 깊이를 두지도, 믿음을 가져본 적도 없다.


만약 그때의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버텨낼 힘이 더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나는

‘사랑’을 사랑했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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