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집에 가는 길에 화장실이 급해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니 주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이 모든 이들의 눈이
여자 화장실 문 앞을 기웃거리는 한 할아버지에게로 쏠려 있었다.
주위의 눈총이 따가웠는지 할아버지는 대뜸
"와요! 내 여자화장실 좋아하니더! 와요!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가이소!"
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분위기는 더 차갑게 얼어갔고 나도 뭐지? 왜 할아버지가 여자화장실 앞을 기웃거리고 계시지?
요즘 이상한 사람들 많다던데... 라며 거기 있는 모든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생각에 살짝 경계했었다.
지켜보던 한 여성분이
'할아버지, 여자 화장실 안을 계속 쳐다보시고 앞에 계시면 안 돼요.'라고 말해 보았지만
할아버지는 들은 척 만 척 무시하셨다.
뭐 그냥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화장실 제일 앞 칸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힘겹게 나오고 계셨다.
도와드려야 하나, 괜히 실례일까 고민하던 찰나에 아까 화장실 앞에서 기웃거리시던 할아버지가
얼른 들어와 할머니를 챙기셨다.
아...
순간 할아버지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눈빛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렇게 모두들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과 허리를 움켜쥐고 한 걸음 한 걸음 화장실 밖을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감히 말로 표현하기엔 늘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본 저 두 분의 모습은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이 가득한 사랑의 모습이었다.
나도 저렇게 사랑하며 늙어갈 수 있을까...